오 재미있는데?


교회에서 아이들과 함께 OTT로 뒤늦게 봤다. 요새는 집에도 텔레비전 화면이 큼직해서 영화를 볼만하다. 함께 봤던 녀석들 중 하나는 이미 몇 번이나 봤다고 하면서도 영화가 진행되는 내내 재미있어 죽겠다는 표정이다. C. S. 루이스가 말했었다. “문학적이지 못한 독자의 가장 큰 특징은, 한 번 봤다는 이유로 다시 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내가 1편을 봤었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리뷰를 올려 놓은 게 없으니 안 본 것 같다. 하지만 1편을 보지 않았다고 해서 2편을 볼 수 없는 건 아니다. 기본적인 두 주인공의 사전 서사가 어땠는지를 몰라도, 충분히 즐길 수 있게 만들어 놓았다. 심지어 잘.


여우와 토키가 파트너가 되어서 동물 세계의 사건을 해결한다는 기본적인 아이러니(여우는 토끼를 잡아먹는 거잖아)에서 시작해, 늘상 뭔가 음험한 캐릭터로 나오는 뱀의 반전 성격은 스토리 면에서도 흥미로웠고, 각각의 동물들이 사는 영역에 따라 계절과 지형지물이 크게 달라지는 모습들은 눈을 즐겁게 만들었다. 그리고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패러디와 풍자까지. 어른들도 좋아할 것 같은 모습.





인정욕구와 배신.


영화 중후반부에서 나름 반전이라면 반전인 사건이 발생한다. 그동안 주인공 콤비와 함께 행동을 같이 했던 포버트 링슬리라는 캐릭터가 사건의 핵심이 되는 물건을 탈취해 가는 부분이다. 실은 그는 모든 일의 흑막인 링슬리 가문의 일원이었는데, 형에 비교되며 늘 꾸중만 듣다가 확 주인공 팀으로 진영을 변경해 여기까지 왔던 참이었다.


그런데 결국 피는 못 속이는 건지, 주인공 일행이 간절히 찾던 물건을 발견하고는, 이제 가문으로부터 인정받을 수 있겠다는 기대를 품고 그것을 탈취해 도망친 것. 어린 시절의 큰 상처는 인격을 왜곡되게 하기도 하고, 종종 사람은 궁지에 몰리면 시야가 좁아져서 제대로 된 판단을 하지 못하게도 되는 법이다. 괜찮은 척 하긴 했지만, 포버트 역시 그런 상처로 인해 결국 멍청한 결정을 하게 되어버렸다.


인정욕구는 생각보다 강한 욕망이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했던가(정말로 춤을 추긴 하나?), 물론 억지로 할 필요까진 없겠지만, 아이들이 하는 작은 성취에도 인정하고 칭찬하는 습관을 길러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특허권, 그리고 차별


이야기의 핵심에는 특허권이 있었다. 애초에 모든 동물들이 평화롭게 살기 위한 기술이 발명되어 특허장을 받았는데, 랭슬리 가문이 그 진짜 특허장을 폐기하고 위조된 특허장으로 세계를 사실상 지배하게 되었다는 것. 기술이라는 게 세상을 바꿀 수도 있다는 걸 이렇게 보여주나 싶기도 하고, 저작권에 진심이라는 디즈니사에서 만든 작품이다 보니 살짝 위협적(?)으로 느껴지기도 하고. ㅋ


랭슬리 가문의 음모로 이 세계서 파충류는 엄청난 핍박과 차별의 대상이 되고 있었다. 다분히 현실의 어떤 상황을 반영한 것처럼 보이는데, 디즈니사에서 말하는 현실의 파충류는 무엇일까? 성소수자? 여성? 아니면 흑인?


개인적으로는 어떤 집단의 크기가 작다고 해서 피해자라는 식으로 단정짓거나, 역사적으로 피해를 받아왔으니 그와 유사한 성질을 가진 또 다른 사람(하지만 현재는 그다지 차별을 받지 않고 있는)도 무조건 우대해야 한다는 주장은 논리적인 허점이 많다고 본다. 다만 영화 속 파충류들은 실제 피해를 받고 있으니 좀 다른 문제고.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어른들은 또 어른들 대로 즐길 만한 요소가 가득하지 않았나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