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사람은 이성적인 판단만 하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감정에 좌우된 결정을 할 때도 의외로 많다. 하지만 이런 면이 민주주의의 최대 약점이기도 한 ‘선거’와 결합되면 종종 파괴적인 결과를 낳기도 한다. 트럼프 같은 인사가 두 번이나 대통령에 당선되는 상황은 민주주의의 자멸, 혹은 근본적인 한계를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하다. 후쿠야마 이후로 민주주의가 마치 역사의 최종적인 결론인 것처럼 착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단지 민주주의의 유통기한이 아직 남아있을 뿐이었던 것일 지도 모른다.
수치심이라는 단어로 범주화를 했지만, 결국 문제의 핵심에는 경제가 있었다. 과거의 영광을 되새김질 하면서 현재의 경제적 몰락에 절망하는 이들이 MAGA족의 핵심이었으니까. 전 세계적으로 경제성장률이 둔화되고 있는 이즈음 곳곳에서 극우적 움직임이 더 강하게 나타날 것이 불을 보듯 뻔해 보인다. 위기다.
한 편으로, 이들은 자신들의 수치심을 감춰줄 독재자를 선택했지만, 동시에 자신들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수치심은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 온갖 음모론을 만들어 확산시키고, 최소한의 상식조차 없는 막무가내 주장을 (종종 폭력을 동원해 가며) 반복하는 모습을 보면, 도덕과 윤리라는 건(심지어 합리적 판단도) 모든 사람에게 기대할 수 있는 무엇이 아닐 지도 모르겠다는 비관적인 생각도 든다.
책은 미국의 이야기지만, 결국 우리의 이야기와도 연결되는 지점이 분명 있다. 미국은 실패한 이 문제를, 우리는 해결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