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디지털 대상을 저항으로서 경험하지 않는다.

스마트폰은 실재로부터 저항성을 빼앗기 때문에 스마트하다.

스마트폰의 매끄러운 표면이 벌써 저항 없음의 느낌을 준다.

스마트폰의 매끄러운 터치스크린에서는

모든 것이 고분고분하고 마음에 드는 놈으로 나타난다.

클릭이나 손가락으로 건드리기 한 번이면

모든 것이 도달 가능하고 처분 가능하게 된다.

매끄러운 표면을 갖춘 스마트폰은 우리를 꾀어

끊임없이 ‘좋아요’를 끌어내는 디지털 아첨꾼의 구실을 한다.

디지털 미디어들이 시간·공간적 저항을 효과적으로 극복하는 것은 맞다.

그러나 저항의 부정성이야말로 경험을 위해 필수적이다.

디지털 무저항, 스마트한 환경은 세계 결핍, 경험 결핍을 유발한다.


- 한병철, 『사물의 소멸』 중에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