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교회와 정치 사이의 관계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일부에서는 교회와 정치가 무슨 상관이냐고, 교회는 정치로부터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안전하다(?)고 말하기도 하지만, 이 책의 저자들은 처음부터 성경은 “제국에 완전히 잠겨 있는 책”이라고 말한다. 성경 속 이야기들이 역사상 등장했던 수많은 제국들의 영향을 받았던 한 작은 민족의 이야기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는 성경 어디를 펴더라도 그 시대 이스라엘에 영향을 강하게 주고 있는 제국을 발견할 수 있다. 성경부터가 정치적 상황에서 떨어져서 쓰인 책이 아니라는 말이다.
성경과 교회는 일찍부터 세상의 권력체계에 대해 신적 인정을 부여해 왔다. 쉽게 말해 성경은 세상의 통치자들이 그 자리에 있는 것은 하나님이 세우신 것이라는 기본적인 관점을 가지고 있었다. 빌라도 앞에서의 예수님도(요 19:11), 로마교회에 편지를 쓰고 있는 바울도(롬 13:1), 흩어진 교회에 편지를 썼던 베드로도(벧전 2:17) 같은 관점을 가지고 있었다.
물론 교회는 단순히 그런 세상의 질서를 관망하고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여러 시대, 여러 모양으로 직접 정치의 영역에 참여하기도 하고, 이 과정에서 다양한 긍정적이고 혁명적인 변화들을 만들어 내기도 했다. 그 결과 악과 착취에 거의 제약이 없었던 사회에서, 기독교적 미덕이 점차 큰 영향을 끼치게 되었다(66).
저자들은 좀 더 본질적으로, 예수의 나라가 이 세상에 속한 것이 아니라 이 세상을 위해 있는 나라라면, 그것이 정치에 관여하지 않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동시에 우리는 과실현된 종말론이라는 안일한 선택지를 피해야 한다. 우리는 우리의 힘으로 이 세상에 하나님 나라를 세울 수 없으니까. 또, 하나님은 이 세상의 (악한) 통치자들을 책망하시고 심판하시는 분이라는 점 또한 성경에서 반복적으로 강조된다는 점도 기억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