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책에서 기후 문제가 생각보다 많이 등장하지 않는다. 그저 부자들이 상대적으로 얼마나 많은 탄소를 배출하는지, 기후에 영향을 끼치는지(예를 들면 1%의 부유층이 온실가스의 17%를 배출한다는 식의)를 지적하면서 그들에게 부유세를 걷어 기후문제 해결에 투입하는 것이 정당하다는 논리를 이끌어 내는데, 사실 이런 식의 통계는 허점이 많을 수밖에 없다.
저자는 제프 베이조스가 11분 동안 우주를 여행하고 돌아오는데 300톤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했다고(로켓의 연료 연소에서 발생하는 화학반응을 추산한 것으로 보인다) 말하면서, 이는 하위계층 10억 명이 평생 배출하는 양과 같다고 조금은 선동적으로 설명하지만, 뭐 사실 그런 식이라면 전 세계의 관광수요의 항공기 운영을 당장에 금지시키는 것만큼 좋은 방법도 없다. 부자에게 세금을 걷는다고 그들이 덜 발생시키지도 않을 것이고.
또, 책은 부유세에 대한 저항을 가볍게 생각하는데, 일부 부자들이 자신들이 세금을 내는 것을 기꺼이 요청하고 있다는 것이 그 한 이유로 제시된다. 즉 부자라고 해서 모두 세금을 피해 달아나는 건 아니라는 논리다. 하지만 최근 아주 적은 부유세를 도입했다가 대규모 국외이탈을 초래했던 프랑스의 예를 보면 문제가 생각만큼 감단하지만은 않은 것 같다. 사람들의 호의에 의지해서 제도를 설계할 때 나타날 수 있는 문제는 사회주의라는 아름다운 이상이 어떻게 처절하게 실패했는지를 보면 잘 알 수 있지 않던가.
물론 이를 방지하기 위한 국제적인 세금 제도에 관해서 언급하기도 하지만, 그 “국제적 공조”라는 것이 정말로 가능하기는 할까? 국제정치라는 건 사실 눈치게임과 비슷해서, 다들 자국의 이익부터 챙기려고 기회만 볼 뿐이 아니던가. 너무 비관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러시아의 불법적인 우크라이나 침략에도 누구 하나 직접 군대를 파견할 생각을 하지 않는 걸 보면,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다.
소위 선진국들이 부유세를 합의해 도입한다고 하더라도, 세금도피처 기능을 하는 국가들은 여전히 남아 있을 것이고, 그런 국가에 특정한 세금을 도입해야 한다고 국제적인 압박과 불이익을 가하는 것이 과연 정당한 일인가 하는 점도 우리는 물어야 할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