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외에도 희귀병과 돌연변이(여기에서는 합스부르크가문의 특유의 주걱턱이 언급된다), 온순함과 사나움, 바보와 우생학, 범죄 유전자, 동성애, 암, 그리고 “이기적 유전자”에 대한 비판적 검토 등이 이어진다. 하나하나가 흥미로운 주제들이고, 일반인들의 상식과는 조금 다른 지식들도 등장한다.
저자는 뭐만 있으면 죄다 유전자 탓(비만 유전자니, 범죄 유전자니, 천재 유전자니)을 하는 유전자 결정론이 얼마나 허황된 것인지를 자주 지적하는데, 사람에게 발현되는 가장 단순한 형질인 키만 해도, 관련된 유전자가 얼마나 많은지 아직 다 밝혀지지 않았다는 것. 어느 한 가지 유전자가 특정한 형질을 결정하는 경우는 멘델의 완두콩만 갖는 특별한 케이스였다고도 덧붙인다.
우생학과 관련해서는 당장 나치의 잔혹한 인종청소가 떠오르지만, 그보다 20년 먼저 이미 미국에서 관련 법률이 일찌감치 시행되어 왔고, 여기에는 당시 이례적으로 좌파와 우파 정치인들 모두가 지지를 보냈다는 점도 흥미롭다. 루즈벨트 대통령은 물론, 진보적 여성 운동가인 마거릿 생어도 지지자 명단에 있었고, 심지어 듀 보이스 같은 흑인 인권운동가도 우생학을 반겼다고 한다. 다만 이 사태는, 그 당시에는 그것이 “과학”이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하지만 그 법률의 결과로 미국 정부가 저지른 만행은, 이른바 강제 단종법에 따라 저능아 출산이 3대에 걸쳐 이루어졌다면 강제로 불임시술을 해버리는 (심지어 법원에서도 이를 허가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강제 불임시술을 받은 사람이 공식 통계로만 16,000명이었다는데, 그 시절 트럼프 같은 미치광이가 대통령이었다면 이 수치는 가볍게 열 배는 더 넘겼을 지도 모르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