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듦의 신학 - 당신의 소명을 재구성하라
폴 스티븐스 지음, 박일귀 옮김 / 도서출판CUP(씨유피)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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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색 바탕의 표지에 흐릿하게 처리된 두 남녀가 팔짝을 끼고 있는 뒷모습이 박혀 있다. 왠지 등이 살짝 굽어 있는 듯한 느낌으로 보아(그리고 제목으로 보아) 두 사람은 노인 부부가 아닐까 짐작된다. 그리고 여기에 붙어 있는 제목, 나이듦의 신학. “나이듦”이라는 한글 표현이 왠지 귓전에 계속 울리는 듯하다.


다만 여기에 “신학”이라는 단어를 붙이는 것이 최선이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는 하는데, 찾아보니 원제는 “Aging Matters”이다. 그냥 나이듦이라는 문제, 나이듦이라는 현상 정도로 번역할 수 있을 텐데 “문제”나 “현상” 같은 단어가 우리말로는 좀 부정적인 뉘앙스를 주는 듯도 해서 고민했던 게 아닌가 싶다. 물론 이 책이 신학적인 내용이 전혀 없는 건 아니지만, 중심은 하나님보다는 노화를 경험하는 우리들에 대한 조언 쪽이라 신학이라는 말이 최선일까 싶었던 건데, 나름의 고민의 결과물인 듯. 그리고 먼저 나왔던 같은 저자의 책 “일의 신학”(원제는 Work Matters)과 연속성을 준다는 의미도 있지 않았을까.





책은 3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1부는 ‘인생 후반기’에도 여전히 소명이 필요하며, 소명을 따른 삶을 살아야 한다는 내용이고, 2부에서는 나이듦에 관한 성경적 검토(영적 의미, 악덕과 미덕)를, 3부에서는 이제 점점 가까이 다가오는 죽음을 준비하는 과정에 관한 실제적인 조언들이 담겨 있다.


책 초반 저자는 은퇴라는 개념이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에나 처음 등장했다고 언급하면서, 인류는 대개 세상을 떠나기 3년 전에 일을 그만두었다는 연구 결과를 제시한다. 즉, 일정 나이가 되면 일에서 물러나 연금을 받으며 이제껏 미뤄두었던 여행이나 다니며 편하게 산다는 이미지가 현대의 발명품이라는 것이다.(그리고 다른 많은 문제들과 마찬가지로 여기에도 다분히 상업적 동기가 끼어있는 것 같다.)


대신 저자는 우리가 은퇴 이후에도 계속해서 일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물론 그 일은 젊은 시절 했던 것과는 형태도, 목적도 조금은 달라질 수 있겠지만, 우리가 받은 소명은 나이가 들었다고 해서 자동적으로 해소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실 요새는 경제적인 이유로 같은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긴 했지만, 여기에는 신학적 이유도 있었다!





최근 우리나라의 한 유명한 목사가 은퇴한지 몇 년이 지난 후에도, 자신이 목회하던 교회에서 정기적으로 설교를 하고, 매년 1억이 넘는 사례비를 받으면서도, 그 교회에서 부목사로 일하는 아들이 개척을 해야겠으니 개척자금으로 40억을 요구했다는 뉴스가 교계에 떠들썩하다.


개인적으로 그분의 책을 읽어보거나 설교를 찾아 들은 적은 없지만, 그래도 여기저기서 훌륭한 목회자라는 칭찬이 있었던 분이었는데, 이렇게 말년이 참 추레해질 줄은 몰랐다. 그런데 어디 이 분만 문제였을까. 유명하지 않아서 눈에만 안 띄었다 뿐이지, 여기저기 분별력이 흐려진 늙은 목사들이 많다. 얼마 전엔 탤런트 출신으로 뒤늦게 목사가 되었다는 어떤 양반이 극우집회에 나가 막말을 쏟아내는 영상도 돌아다니는 걸 봤다. 그 벌을 어떻게 다 감당하려고 그러는 걸까.


이럴 때마다 드는 생각은 좋은 ‘어른’이 없는 사회가 안타깝다는 것이다. 책에는 “나이를 먹는다고 저절로 성화가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꼭 지혜로워지는 것도 아니다.”라는 문장이 있다. 나이는 먹었지만 성화도, 지혜로움도 얻지 못한 늙은이들이 곳곳에 박혀서, 잠언에 나오는 거머리처럼 족한 줄을 모르며 한없이 주변의 양분을 빨아들이고 있는(잠 30:15) 세상이다.





나이는 그저 숨만 쉬고 있어도 먹을 수 있지만, “어른”이 되는 건 다른 모든 일들처럼 분명 노력이 필요한 일이다. 이 책은 바로 이 점을 반복해서 강조한다. 노인이 되어서도 끊임없이 공부하고, 스스로를 발전시키며, 특별히 우리 안에 있는 악덕들을 제거하기 위해 애쓰면서 미덕에 물을 주어야 한다. 우리는 평생 그래야 한다.


우리의 앞날을 예언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확실하게 알 수 있는 단 하나의 사건이 있다면, 우리 모두가 언젠가 죽는다는 사실일 것이다. 그리고 그리스도인들은 이 세상에서의 죽음이 그것을 끝이 아니라고 믿는 사람들이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고작 60년, 70년만 사는 존재인 것처럼 나이를 먹어가며 배움을 그치고, 아무 소망 없는 사람처럼 소비적으로 시간을 낭비하기만 할까. 참 이상한 일이 아닌가.


좋은 늙음을 위해 우리가 준비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잘 보여주는 좋은 책이다. 중년이 되었다면 한 번 읽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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