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언어를 찾아서 - 죄, 참회, 구원에 관하여, 개정증보판 비아 시선들
바바라 브라운 테일러 지음, 정다운 옮김 / 비아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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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현대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이 잊어버린 오래된 단어를 끄집어낸다. 그 주인공은 ‘죄’, 그리고 ‘참회’ 같은 용어다. 어느 순간 우리의 예배 자리에서, 설교의 원고에서 이 단어들은 사라져버렸다. 대신 요새 자주 사용하는 대체용어는 ‘질병’이인 것 같다. 우리 모두는 악한 것이 아니라 약한 것이고, 이는 지지와 보호, 그리고 치료가 필요한 증상일 뿐이다. 교회는 병원이고, 오늘날 병원에서 죄라는 개념은 필요 없다.


문제는 우리가 그렇게 아무리 죄라는 용어를 지우려고 애써도, 실제 우리 안에 있는 죄가 사라지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렇게 남은 죄는 우리를 내부로부터 무너뜨린다. 하나님과의 관계를, 그리고 우리의 이웃들과의 관계도.


저자는 왜 상황이 이렇게 되었는지(다분히 포스트모더니즘의 영향이 크다), 그리고 성경이 말하는 죄의 진짜 의미가 무엇인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도로서의 회개(참회)의 가치와 효력에 관한 내용들을 차분하게 설명한다. 그 중에서도 압권은 모두가 피하고자 하는 ‘죄’라는 용어를 너무나 자연스럽게 다시 우리의 논의 테이블 중앙으로 끌어내는 능력이다.






성공회 배경의 여성 사제이자 신학교수이기에 교파적 특성이라고(다른 교파와의 차이가 있는) 볼 수 있는 포인트도 몇 개 보인다. 그 중 하나가 책 말미에 나오는 ‘보속’의 개념과 기능이다. 대부분의 개신교 교파들에서는 이 개념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데, 책에도 나오듯 그것이 구원에 있어서 자기 의가 들어갈 여지를 만든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저자 역시 보속이 “부패에 취약”하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이건 온갖 경건해 보이는 다른 일들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되는 문제다), 이것이 단순히 ‘죄의 고백-용서’로 이어지는 “일반적인” 설명이 갖는 약점(지나치게 이지적인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바람에 우리 삶에 실제적인 변화가 나타나지 않는)을 극복할 수 있는 중요한 과정으로 본다. 그것은 죄에 대한 처벌이나, 구원을 얻기 위한 방법이 아니라, 내가 일으킨 잘못을 바로잡기 위해 져야 할 책임을 정의한 것이라는 말이다. 한 번 고민해 볼 만한 지점이 아닐까.





신학적 관점과 사회학적 관점, 그리고 심리학을 비롯한 다양한 영역에 관한 지식이 멋진 문장과 잘 짜인 구성으로 펼쳐진다. 그리 두껍지 않은 책인데도 문장들에는 깊이가 있고, 너무 빨리 끝나는 것 같다는 느낌도 준다. 책을 다 읽고 나서 당장 저자의 다른 책은 어떤 게 나와 있는지를 찾아봤을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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