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에서 전역하고 1년 정도 청담동에서 일한 적이 있다. 딱 청담사거리 근처였는데, JYP 소속 연습실이 바로 옆이었고, 점심 먹으러 종종 갔던, 큰 길 하나를 건너면 외국인 팬들이 늘상 던킨도너츠에서 죽치고 있던 JYP 사무실 건물도 보였다. 그 외에도 이런저런 크고 작은 연예사무소들이 여럿 있었다.
동네를 오고가다 보면 벌써 잔뜩 꾸미고 다니는 연습생들을 보는 건 일상이었고, 본의 아니게 (특히 밥을 먹으러 식당에 가면) 연습생들의 일상 중 일부를 옆에서 볼 수도 있었다. (한 끼에 몇 천원 정도에 해당하는 밥을 미리 달아놓고 먹는다든지..)
한 번은 저녁을 먹으러 근처 식당에 갔는데, 평소보다 훨씬 많은 아이들이 골목을 채우고 있는 걸 볼 수 있었다. 나중에 보니 그날 저녁 한 기획사의 오디션이 있었고, 거기 참여하려고 모인 것이다. 식당으로 올라가는 계단에서 (맞은 편 건물이 소속사였다) 아이들이 노래를 연습하는 걸 살짝 들었는데, 그냥 가수 데뷔해도 되겠다 싶을 정도로 잘 부르던 기억이 있다. 이 많은 아이들이 다 데뷔를 할 수는 없을 텐데, 다른 길은 준비하면서 하는 걸까 하는 소소한 궁금증과 함께.
수많은 아이들이 연예인, 특히 아이돌을 꿈꾸는 나라고, 이미 전 세계에 K팝이 널리 파져서 그 경제적 효과도 적지 않다면, 이 산업을 제대로 키우는 작업이 꼭 필요해 보인다. 관련 법을 좀 더 정교하게 만들고, 산업을 진흥하기 위한 정책과 함께, 그 안에서 실제로 ‘일’하고 있는 이들에 대한 정당한 보호도 필요하겠다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