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이슬람에 대한 두 가지 극단적인 견해가 대립하고 있는 것 같다. 한쪽은 이른바 이슬람포비아라고 부를 만한 혐오정서로, 이슬람과 테러를 거의 동일시하는 사람들이다. 반대로 이슬람에 씌워진 그런 혐오를 벗겨내기 위해서, “원래 이슬람은 평화적이고 인권을 존중한다”는 식으로 설명하려는 이들도 있다. 물론 진실은 양측의 주장 가운데 어딘가에 있을 것이다.
애초에 한두 명의 사람들이 아니라 수십 억 명이 이슬람의 깃발 아래 있는데, 그들의 성격을 한 가지로 정의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누가 그들의 생각을 통제할 수 있을까. 결국 이 문제는 “역사”를 더듬어 봐야 조금은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그리고 역사적으로 검토해 본 이슬람은 평화의 시기도 있었으나, 적지 않은 시기는 분열과 투쟁으로 점철되어 있었다. 강경파는 어느 시대나 존재했고, 그들이 금과옥조로 여기는 코란에 뭐라고 적혀 있는지와는 큰 상관이 없었다(꽤 이른 시기부터 자기들의 입맛에 맞춰 편집하고, 취사선택을 했으니까).
많이들 꺼내는, 십자군에 대한 반발이었다는 핑계도 사실 근거가 약하다. 십자군이 시작되기 이전부터 이슬람 제국의 확장과 공세, 그리고 파괴적 행동들은 존재해 왔으니까. 그리고 십자군의 직접적인 원인은 파티마 왕조의 칼리프였던 알 하킴이 예루살렘의 성묘교회를 파괴하는 등 기존의 관행을 무시한 만행을 저질러서였다.
당장에 서로 이해한다는 건 불가능하다. 우리도 그들을 모르고, 그들도 우리를 모르니까. 다만 서로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서는 과거에 이미 있었던 일을 충분히 익히는 것은 필수적이다. 지금 일어나는 일은 대부분 과거에 있었던 일의 결과이기도 하니 말이다. 그런 면에서 이 책 한 권을 천천히 읽어보는 건 충분히 좋은 시작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