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코 패밀리라도 괜찮아 - 어느 조울증 가족이 정신질환과 동행하는 법
고직한.김정희 지음, 이범진 정리 / 잉클링즈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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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코”라는 단어는 그냥 영어로 보면 “정신적인”이라는 뜻이다. 어원인 그리스어의 “프시케”는 “영혼”이라는 의미다. 물론 “정신병적”이라는 의미도 가지고 있는데, 이건 그 자체보다는 “사이코패스”나, 각종 정신병적 질환을 가리키는 병명의 접두어로도 이 단어가 사용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후자의 의미로 사용되는 듯하고.


이 책에 나오는 “싸이코 패밀리”는 그래서 조금은 무시무시(?)하고, 염려도 되고 그런 단어다. 이 가족 괜찮은 건가? 저자로 실린 두 명의 이름은 사실 인터뷰이이고, 그들과의 인터뷰를 정리한 책이다. 두 사람은 부부로, 학창시절 모두 조울증 증세를 경험했다고 한다. 그런데 그들 사이에서 태어난 두 아들 역시 심한 정신질환을 가지고 있다고 하니, 일가족 모두가 정신병력을 지녔다는 의미에서 “싸이코 패밀리”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그들 스스로 붙인 이름이자, 이 단어에 실려 있는 혐오를 바꿔내고 싶다는 의지가 담긴 단어라고 한다.





책에 드라마틱한 사건을 나오지는 않는다. 그저 이 부부가, 그리고 이 가족이 어떻게 그 힘든 시기를 이겨내 왔는지 차분하게 묘사한다. 그래도 저자인 두 부부는 학창 시절 정신 병력을 가지고 있었지만, 거의 기적적으로 지금은 특별히 재발걱정을 하지는 않고 있는 듯하다. 두 아들 역시 완전히 치료가 되었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들을 잘 이해해 주는 아내와 결혼도 하고(두 며느리가 자매라고 한다. 겹사돈인 셈) 아이까지 낳아 기르고 있다니 나보다 낫다.


사실 이 가족이 알려진 건 책보다 유튜브 채널이 먼저라고 한다. 세상은 물론, 심지어 교회에서도 이런저런 오해와 편견에 시달리던 사람들이 이 채널에 와서 위로를 받고, 서로를 격려하고, 나아가 현재 자신이나 가족이 앓고 있는 질병을 극복하는데 도움을 받기도 했다고 한다. 일종의 대안 공동체, 교회라고 부를 수 있을 것도 같다.





책 속에는 쉴 새 없이 정신질환에 관한 사람들의 편견과 오해(그 중 적지 않은 건 교회 사람들, 목회자이기도 하다)가 등장한다. 참 안타까운 일. 몸에 생긴 온갖 질병과 달리 정신(뇌)에 생긴 질병은 왜 그렇게 특별대우(?)를 하는지 말이다.


결국은 잘 모르기 때문에 생겨나는 일이다. 무지는 오해를 낳고, 오해가 쌓이면 혐오로 발전하게 된다. 그러면 더 배우고 공부하면 되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생각의 폭을 깊게 하는 공부대신, 그냥 자신이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대개는 불분명한 출처에서 그저 들은) 지식을 쉽게 바꾸려 하지 않는다. 그게 자기 혼자 사는 데만 적용된다면 그러려니 하고 넘어갈 수도 있지만,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에 문제를 일으킨다면 바꾸고, 변해야 한다. 고집 부릴 일이 아니다.


가장 먼저는 당사자들의 이야기에 마음을 열고 귀를 기울이는 일로 시작해 보자. 이 책은 그 좋은 시작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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