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라인에게는 미련한 것이요 - 복음과 서구 문화
레슬리 뉴비긴 지음, 홍병룡 옮김 / IVP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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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으로 인해 밝혀진 실제 세계는,

목적이 아니라 인과율 중심의 자연 법칙이 지배하는 세계였다.

 

 

        40년 가까이 선교사역을 마치고 돌아온 선교사. 그런 인물이 쓴 기독교 변증서는 어떤 모양일까? (적절하지는 않으나) 일반적으로 선교 사역을 하시는 분들에게 신학적 깊이를 요구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선교 사역이라는 것이 워낙 바쁘고 정신없이 돌아다니는 일이 주가 되기 때문이다. 가만히 앉아서 책을 읽으며 연구를 할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이 현실이기도 하다. 때문에 이 책의 저자가 35년이라는 결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선교 사역을 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는 말을 들을 때, 그 사역의 고귀함을 인정하면서도 한 편으로는 그 내용에 대해 약간의 의심을 가졌었다.(모두가 이전에 뉴비긴을 몰랐던 내 무지 때문이다.) 하지만, 책의 내용은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너무나 좋았다. 

        책의 주요 내용은 현대주의에 물든 이 시대에 사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성경적 진리를 가르치고 받아들이게 할 수 있는가 하는 것에 있었다. 이를 위해 우선 그 목적을 분명히 하고 있고(1장), 현대 사회(특별히 서양근대사회)의 기초적 전제들을 검토한 후(2장), 그에 대응을 했던 교회의 반응들과 우리가 택해야 할 기본적 방향을 정리 한다.(3장) 이렇게 올바른 방향을 정립한 후, 저자는 좀 더 구체적으로 현대인들에게 복음을 받아들일만한 것으로 제시할 수 있는 ‘타당성 있는’ 논증을 소개한다.(4장) 복음은 단지 신앙의 차원이 아니고 사회의 실제적인 영역에도 영향을 미치도록 해야 함을 강조한(5장) 저자는, 마지막 장에서 오늘날 교회의 사명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는 것으로(6장) 책을 마무리 한다. 



        왜 나는 이 책을 좋다고 말하는가? 저자에 대한 선이해가 전혀 없었던 나로서는, 오직 이 책의 내용만이 그런 평가에 영향을 주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책의 내용은 매우 탁월했다. 특히 말하고자 하는 논점을 흩트리지 않고 지속적으로 서술해 나가는 집중력, 그리고 외적으로 드러난 현상 이면에 감추어진 기초적인 전제들을 정확히 집어내는 날카로운 분석능력, 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키(key)로서의 성경을 현대인들이 이해할 수 있는 말로 ‘번역’해 내는 능력 등이 그러하다. 

        저자의 말처럼, 서양근대사회는 결코 정상적이지 못하다. 죄의 영향 때문이다. 복음을 따라가는 사람으로서는 결코 세속사회의 가치관을 받아들일 수 없다. 그렇다면 세상과 따로 떨어져서 살아야 하는가? 저자는 바울의 오래된 설명(고전 5:10)처럼, 그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임을 말한다. 적어도 이 세상에서 살면서 그럴 수는 없다. 그렇다면 인격적인 분열을 겪고 말 것이다. 방법은 이 시대의 세계관이 어떤 면에서 잘못되었는지를 명백히 지적하고, 올바른 세계관으로의 ‘시각의 교정’을 이루어내야만 한다. 저자는 이 시각의 교정을 ‘회심’이라는 말로 부른다.(이 얼마나 탁월한 표현인가.) 

        현대 사회는 세계에서 ‘목적’이라는 개념을 지워버리고, 오직 ‘인과율’이 지배하는 세계로 설명한다. 그런 눈으로 신앙을 바라볼 때, 그것은 결코 받아들일만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저자는 기독교인들의 일반적인 시도가 이런 문제, 즉 적의 안경으로 세상을 바라보는데 있다고 보고, 그 안경을 벗겨내는 데 이 책의 내용의 대부분을 사용하고 있다. 그리고 그 내용의 전개와 고찰은 불분명하거나 흐리지 않고 매우 선명하다. 



        책 내용은 매우 무게감 있음에도 불구하고, 책의 논리적 전개나 저자가 사용하는 어휘들에 담긴 함의가 지나치게 난해하지는 않다. 그래서 책을 읽어나가는 일 자체가 우리에게 어려움으로 다가오지는 않는다. 이것이 이 책이 갖는 또 하나의 장점일 것이다.(두려워하지 말고 사서 읽어보라는 말이다.) 

        저자의 이력 가운데 WCC의 주요요인이라는 것이 있고, 그래서 매우 가끔 물음표가 떠오르는 내용도 있다. 하지만 (단지 신학생들, 혹은 목회자들뿐만 아니라) 사회 속에서 하나님의 말씀을 실천하면서 살기를 원하는 그리스도인이라면, 특별히 그런 그리스도인 청년이라면, 꼭 한 번 읽어볼 것을 추천한다.

 

        주님의 이름이 온 세상에 가장 크게 높임을 받을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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