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한국교회의 정치화에 관한 다양한 차원에서의 검토를 담은 글들을 모아 엮은 책이다. 교회와 정치의 관계 설정에 관한 내용부터, 교회의 정치화/정치종속의 역사를 분석한 글들, 설교자의 역할과 한계 등에 관한 내용이 담겨 있다. 그 중 여섯 번째 글인 “일가 김용기의 시대 인식과 신앙적 행동”은 조금 이질적인 내용인데, 이 책에 담긴 글들이 발표된 연찬회가 김용기가 세운 가나안농군학교의 수도원이었기 때문인지, 그 설립자의 일생에 관한 내용을 정리한 글이다.
사실 교회와 정치의 관계가 어떠해야 하는지는 그리 어려운 내용이 아니다. 역사적으로 유럽을 중심으로 교회와 국가의 밀착이 어떤 파괴적인 결과를 일으켰는지는 이미 잘 알려진 바이고, 때문에 그 한계 또한 잘 정리되어 있다. 교회는 정치를 비롯한 세상 전반에 걸쳐 하나님의 뜻을 선포할 책임이 있지만, 그 방식이 특정한 정치 세력과의 협착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 사실 이건 멀리 거슬러 올라가면 이미 아우구스티누스의 두 도성 이야기부터 제시된 해답니다.
문제는 이런 역사적, 정통적 교훈을 무시한 채 날뛰는 극단주의자들이다. 법원을 습격하고, 내란을 옹호하고, 자기 정파의 이익을 복음과 동일시하는 신성모독적인 언행을 남발하면서도, 스스로 신앙인으로 자처하는 꼴이 우습다. 자신을 십자가에 못 박는 대신, 십자가로 다른 이들을 공격하는 행태는 정확히 빌라도와 신약의 대제사장들의 모습과 겹쳐지지 않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