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과 2장은 당시 사회에 대한 비판적인 분석을 담고 있다. 저자는 현대인들이 더 나아질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잃은 채 살고 있으며, 그 근원에는 계몽주의라는, 다분히 자아도취적 철학/이념이 깔려 있다고 말한다. 의심을 통해 객관적인 진리에 도달하겠다는 계몽주의적 이상은 그 자신의 타당성조차 의심하게 만들었고, 그 결과로 상대주의와 허무주의로 빠져버렸다는 것.
이런 한계를 넘어설 수 있는 것이 기독교적 비전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물론 이 비전은 단순히 과거를 반복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우리는 과거 실패한 모델인 기독교 왕국(크리스텐덤)을 추구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동시에 우리는 세상 전체를 하나님께 돌리는 성경의 비전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
흥미로운 것은 저자가 이 과정에서 현대의 중요한 발견, 특히 과학과 더 깊은 대화가 필요하다고 말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건 과학으로 재구성한 성경읽기를 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오히려 저자는 증인의 증언으로서의 성경이라는 성격을 강조하면서, 더욱 충실한 성경읽기를 통해 현대 문화를 구성하는 틀에 도전해야 한다고 덧붙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