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가 직면한 12가지 질문
레베카 맥클러플린 지음, 이여진 옮김 / 죠이북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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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생활을 하다보면 다양한 질문이 생기기도 하고, 다른 이들로부터 질문을 받기도 한다. 이런 질문은 꼭 직접 받는 게 아니라도, 책이라든지 온라인상의 글을 통해서도 접하게 된다. 그리고 이 경우 꽤 높은 비율로 기독교에 관한 엉뚱한 편견들, 또는 오해들을 품고 있기도 하다.


이 책은 오늘날 기독교가 마주하는 대표적인 (적대적) 질문 12개에 대한 대답을 담고 있다. 여기 나온 질문들은 소위 “신무신론자”라고 불리며 한 때 영향력을 키우던 영국의 궤변가들이 자신의 책에서 자신만만하게 던졌던 것들을 떠올리게 만든다(“만들어진 신”이나 “신은 위대하지 않다” 같은). 종교라는 것은 인간의 삶에 필요가 없으며, 오히려 온갖 문제만 일으키는 것이 아니냐는 다분히 편집되고 선별된(우린 이걸 보통 조작되었다고 말하기도 한다) 사례들을 가져다 덧붙여 놓은.





사실 이런 식의 답변을 시도한 책은 이미 여러 권이다. 중요한 건 역시 답변의 설득력. 처음부터 기독교인이 아닌 사람들이 던진 질문이기에, 응답 역시 그들이 서 있는 땅의 원리로 진행되어야 한다는 제한이 있다. 이른바 변증의 어려운 점은 이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기독교의 원칙이 변용되거나 누그러뜨려질 우려가 있다. 그리고 그런 답변은 의외로 허약한 논리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성경의 권위를 믿는 기독교인들은, 성경에 이렇게 나와 있으니 그것이 우리에게 어떤 규범적 권위를 갖는 것이라고 설명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의미가 있다. 그러나 불신자들에게 그런 식의 설득은 영 통하지 않는 논리일 것이다. 결국 그들도 받아들일 수 있는 근거를 어떻게 제시할 것인가가 관건인데, 이 책의 저자가 자주 사용하는 도구는 통계와 좀 더 큰 범주에서 문제를 바라보기, 그리고 상대방이 전제하고 있는 가정의 취약점 뒤흔들기이다. 주고받는 대화, 혹은 논쟁에서 논리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방식들이다.


여기에 또 한 가지, 저자가 사용하는 어투 또한 공격적이라기보다는 차분한 설명을, 자신의 경험이 묻어나오는 사례들을 함께 제시하면서 좀 더 편안하게 다가온다. 상대의 논리를 파훼해야 한다는 생각에 지나치게 몰입하다보면 자기도 모르게 강한 어조가 튀어나오는 경우가 있는데, 그런 방식은 오히려 말하는 이의 설득력을 떨어뜨리기도 하니 조심해야 할 부분.





전반적으로 훌륭한 답변을 해냈다. 특히 진리의 유일성(3장), 여성 문제(8장), 동성애(0장) 같이 근래에 좀 더 예민하게 다뤄지는 주제들에 대해서도 안정적인 대답을 하고 있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이런 주제에 관해서 말하면서 기독교의 전통을 완화시키고, 현 시대의 입맛에 맞는 새로운 관점을 도입하는 것이 답인 것처럼 쓸 때가 많지만, 이 책의 저자의 경우 그런 꼼수를 쓰지 않고서 잘 변론을 해 낸다.


다만 저자가 아무리 훌륭하게 변호를 해 냈다고 하더라도, 정작 실제로 신앙생활을 하는 수많은 기독교인들이 책에 나온 도발적 질문들에 대해 바른 “삶”으로 응답해내지 못한다면 기독교를 향한 차가운 시선은 쉽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착한 행실”(마 5:16)을 강조하셨던 이유를 아울러 생각해 봐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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