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와 생각보다 지리적으로는 가까운 곳에 있지만, 오히려 유럽이나 미국, 심지어 더 먼 서아시아보다 심리적인 거리감은 더 큰 것 같은 지역이 중앙아시아다. 그 때문인지 오히려 이 지역에 관한 이야기가 더 이색적으로 들린다. 이 지역의 역사적인 인물이라든지 건축물 같은 것들, 또 저자의 직업적 특성상 관심이 있고 그래서 자주 언급되는 예술 같은 부분은 좀처럼 다른 데서 쉽게 들어보지 못한 내용들로 가득하다.
이 지역 역사를 돌이켜 볼 때 역시나 소련의 영향력을 빼 놓을 수 없다(이 점에서는 앞서 읽었던 “슬라브, 막이 오른다”와 비슷하다). 19세기와 20세기 이데올로기 충돌은 목적을 위해 사람들을 수단으로 전락시켰고, 만주와 연해주 지역에 살던 고려인들의 강제 이주를 비롯한 여러 민족들의 이산을 불러왔다.
그리고 이번에 지도를 자세히 보면서 알게 된 일 중 하나는, 우즈베키스탄과 키르기스스탄, 그리고 타지키스탄의 국경선의 기묘한 모습의 유래다. 마치 각각의 나라에서 촉수를 하나씩 뻗어서 서로를 옭아매는 모양으로 되어 있는데, 이는 소련 측에서 이들 국가가 독립한 이후 이 지역의 튀르크인들이 하나로 뭉치는 것을 막기 위해 인위적으로 만들어 놓은 결과물이라고 한다. 고려인 강제 이주 때도 그랬지만, 학살자 스탈린의 악행은 끊임없이 튀어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