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커스 보그의 고백 - 기억에서 회심으로, 그리고 확신으로 비아의 말들
마커스 J. 보그 지음, 민경찬 외 옮김 / 비아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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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의 신앙 여정을 돌아보는 일은 의미가 있다. 신앙이라는 것은 어느 한 순간에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을 통해서 조금씩 축적되고 쌓여가는 면이 있다. 물론 이런 부분을 명확하게 포착하는 일이 쉽지 않긴 하지만, 잘 정리된 신앙의 여정은 읽는 사람에게도 어떤 식으로든 (비록 그가 가진 신앙의 결이 나와 다르다고 할지라도) 유익을 끼칠 수 있다.


이 책은 저명한 신학자인 마커스 보그의 자서전, 정확히 말하면 신학적 자서전에 가깝다. 거의 평생을 학교 기관에서 일해 왔던 저자는, 스스로도 딱히 눈에 띄게 특별한 사건이 없었다고 말한다. 때문에 이야기는 그의 생애 가운데 조금씩 갖게 된 신학적 인식들을 하나씩 풀어 놓는 식으로 진행된다.





기독교 가정에서 태어난 저자는, 대학생 시절 지적인 회심을 경험한다. 그 내용이란 기독교 안에 지적인 다양성이 존재한다는 깨달음으로 인한 일종의 해방감 때문이었다는 게 흥미롭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기독교가 특정한 정치적 입장에만 서 있지 않다는, 앞서의 깨달음과 결이 비슷한 정치적 회심이 이어진다. 이미 이 시점에서 저자는 당시 미국 사회의 주류였던 보수주의적 기독교에서 벗어나는 길을 택하고 있었다.


그리고 세 번째 회심은 저자도 말하는 “명백하게 종교적인 회심”이었다. 그는 일종의 신비적 경험을 했는데, 어느 날 운전을 하며 가다가 발견한 노을에 덮인 풍경 속에서 이른바 “경이감”을 느꼈던 것 같다. 이 부분에서는 C. S. 루이스가 평생 추구했던 “Joy”와도 비슷한 느낌이다. 루이스는 그것을 천국에서 이 자연세계로 흘러나온 것에 대한 갈망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이 경험은 짧았지만(때로 1분 이내), 이후에도 몇 차례 반복적으로 일어났고, 이를 통해 저자는 하나님이 실재하신다는 확신을 갖게 된다. 다만 여기에서 저자는 존재하시는 하나님에 대한 “‘정확한’ 신학”에 대한 추구를 완전히 내던지고, 개인화된 신학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한 듯하다.


이후의 장들에서는 구원이란 현세에 관한 이야기이며, 성경에 대한 문자적 이해는 불충분하며 예수를 중심으로 새롭게(아마도 비문자적으로, 그리고 다분히 내가 갖고 있는 감성에 따라) 해석하는 것이 옳으며, 예수의 십자가는 대속 보다는 일종의 삶의 모범으로서의 기능을 하며, 성경에서 진보적 정치 의제를 뽑아내는 데 집중한다.





사실 저자가 자신의 삶과 생각을 소개하는 무드인지라, 굳이 일부러 다른 견해를 강조하며 비판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책 자체가 신학을 담고 있는 지라 몇 가지 떠오르는 질문들이 있긴 하다. 그 중 하나는 성경의 문자적 이해를 버린 채 “예수를 중심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주장이 어떤 식으로 실제 기능하느냐인데, 결국 무엇이 예수를 중심으로 읽는 것인지는 독자의 주관성에 지나치게 의존하게 되지는 않을까.


신비주의와 자유주의의 만남이 조금은 독특하게 느껴졌다. 애초에 자유주의 신학이라는 것이 이성에 기초한 신학의 재해석에서 시작된 것이기에, 신비주의적 요소가 자리 잡을 만한 데가 잘 안 보이지 않던가. 하지만 신앙이라는 것엔 그렇게 합리주의적 면만 있는 게 아니라는 걸(그걸 넘어서는 무엇이 있다는 걸) 저자의 삶이 잘 보여주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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