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전체에 걸쳐 지구에 남은 사람들에게 발견되는 공통적 특징이 하나 있다. 바로 동물에 대한 비정상적인 집착이다. 설정 상 낙진으로 거의 모든 동물이 멸종되어 그 값이 매우 비싸졌다고는 하지만, 꼭 동물일 필요는 없지 않은가. 하지만 사람들은 실제 동물을 구입할 돈이 없다면 좀 더 저렴한 정교하게 만들어진 동물기계라도 가지려고 든다.
아마 이 설정 역시 공감능력과 관련되어 있을 것이다. 인간다움이란 살아있는 무엇인가를 사랑할 수 있는 존재. 문제는 이 “살아있음”의 기준을 어디에 둘 것인가 인데, 너무나 실제와 같은 인공 동물들이 자주 등장하면서 사실 이 구분마저 조금씩 희미해져 가는 느낌이다. 그리고 주인공 릭이 점차 안드로이드에게도 감정적 공감을 하기 시작하면서 문제는 더욱 복잡해져 간다.
다분히 철학적이라는 느낌을 주는 소설이다. 작품에서 제기되는 많은 질문들은 마지막 장에 이르러도 다 해답이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이게 무슨 예언서가 아닌 이상, 그런 부분은 독자가 나름의 대답을 하는 게 필요하지 않나 싶다. AI 기술이 급속도로 발달하면서 이제 적어도 영상과 사진들이라는 면에서는 실제와 구분하기가 쉽지 않게 된 오늘날, 이 작품에서 묻는 다양한 질문들은 더욱 절실하게 와 닿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