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크게 4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내용을 보면 두 부분으로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성경읽기에 있어서 해석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1부와, 실제로 사례 본문들을 언급하면서 잘못된 이해와 바른 이해를 대조하는 2~4부다. 2부에서 4부는 약간의 집중 타겟의 차이가 있지만 크게 보면 비슷한 형식이다. 책 자체가 한 잡지에 연재했던 글들을 모았는지라, 각각의 글만 따로 떼어 봐도 충분히 읽을 만하다.
개인적으로는 그 중에서 1부의 내용이 특별히 눈에 들어온다. 한국교회의 보수적인 교인들은 이른바 성경의 “영감”을 아주 중요하게 여긴다. 쉽게 말하면 그것이 하나님의 말씀이라는 뜻이다. 그러면 성경은 어떻게 하나님의 말씀인걸까? 보수적인 학자들조차도 거기에 쓰인 한 글자 한 글자를 하나님께서 불러주셔서 그대로 받아 적었다고 보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축자적 영감”, 그 한 글자 한 글자부터가 하나님의 말씀이라고 믿기 위해서는 일종의 신학적 상상력을 통한 설명이 필요하다.
그리고 축자적, 전체적, 유기적 영감이라는 세 가지 기준을 모두 받아들인다고 해도 결정적인 문제가 남는다. 그 세 원칙이 적용되는 “성경”은 각 책의 저자들이 쓴, 하지만 오늘날에는 단 하나도 남아 있지 않은 원본을 말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오랜 사본학 연구의 결과로 우리는 (지금 시대 할 수 있는 가장 최선의 방식으로 밝혀낸) 비교적 원본에 가까운 사본을 갖고 있다. 그러나 사본이 쓰이고 전수되는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오류들, 그리고 한국 독자들이 보고 있는 “번역된 성경”은 또 다시 원문과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점들을 인식하지 않으면, 우리는 이른바 “성경 숭배”에 빠질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