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가 이 책에서 비판하고 있는 것은 ‘현실 순응적 기독교’이다. 기독교적 가르침에 따르면 현실은 타락의 영향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현실 속에 나타는 다양한 문제들─이 책에서는 주로 빈부의 격차와 권력을 소유한 이들의 기득권 유지를 위한 폭력과 억압 등을 지적한다─은 그 자연스러운 결과이다. 이런 상황에서 기독교가 현실에 순응하는 것은 그 자체로 심각한 존재론적 문제를 발생시킨다. 그리스도는 타락한 세상을 구하기 위해 교회를 만들었으나, 교회는 그 타락한 구조와 타협하고 연합한다면 그들의 특별함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겠는가.
소위 보수적인 기독교는 그리스도의 구원을 개인적 차원으로 가둬둠으로써 ‘제자도 없는 은혜’라는 이단적인 모습으로 변질되어가고 있다. 반면 진보적임을 자칭하는 그리스도인들 역시, 계시나 그리스도와의 인격적인 만남 같은 기독교의 독특한 기초를 가볍게 여김으로써 그들의 메시지에서 영적인 기초를 상실시켜버리는 잘못을 범하고 있다.
저자는 철저하게 계시에 기초하면서도(진보적 한계 극복), 그리스도를 온 세상의 주인으로 선포하는(보수적 한계 극복) 방법을 통해 이런 상황을 타계할 수 있다고 본다. 오늘날 세상의 문제는 단지 이론이나 운동으로서만 해결할 수 없으며, 영적인 차원에서의 바른 접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
이것을 위해서 저자가 중요하게 여기는 해법은 ‘공동체’이다. 그리스도를 따르는 공동체인 교회는 그들의 삶을 통해 그리스도의 승리를 역사 속에서 구체적으로 드러낼 수 있어야 한다. 세상의 원리를 따르지 않는 새롭고 강한 공동체는 예배를 통해 얻는 내적인 힘으로, 파괴적인 원리를 숭배하는 이들과 맞서 싸워야 한다는 것. 이를 위해 교회는 적극적으로 분쟁의 현장 가운데로 들어가 화해와 반성, 치유의 사역을 해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