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로그 시대 책의 행방 - 출판평론가 한기호가 바라본 책
한기호 지음 /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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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출판평론가(라는 직업이 좀 어색하긴 하지만) 한기호의 책이다. 언젠가 중고도서를 이것저것 사면서 함께 내 책장에 끼어들어온 것 같은데, 이제야 손에 들었다. 책장을 넘기면서 흠칫 놀랐던 건 이 책이 2006년에 나왔다는 사실. 20년 전 책이라는 의미다.(정확히 말하면 2006년이 20년 전이라는 사실 자체가 놀라웠다.)


책은 급격한 디지털 전환 시대 속에서 책과 출판이 처한 위기들, 그리고 어떻게 이 상황을 타개할 것인가에 관한 다양한 고민들이다. 저자의 다른 책들이 자주 그런 것처럼, 애초에 한 권의 책으로 모으기 위해 쓴 글들은 아니고, 이곳저곳에 기고했던 글들을 한 데 모았다.


흥미로운 건 무려 20년 전 고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딱히 어제 하는 고민과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 같다는 점이다. 여전히 사람들은 책을 안 읽는 것 같고, 출판계의 미래는 암담해 보이기만 하고 하는 식. 물론 이런 상황에서도 저자는 그저 우는 소리만 하며 누가 살려주기를 바라기 보다는 나름의 활로를 찾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예컨대 최근(당시 기준으로) 책의 트렌드를 파악해보는 1부에서는 결국 팔리는 책을 만들기 위해 어떤 면에 집중해야 할 것인가로 결론이 모아지고, 다양한 정책적 고민들 담고 있는 3부와 4부에서는 독서에 관한 문화 개선, 그리고 학교 도서관의 내실 있는 확충 같은 해법을 제안하기도 한다.





오래 전 책이다 보니 지금과는 좀 다른 상황도 보인다. 2006년이면 아직 스마트폰이 대중화되기 이전이었으니(아이폰이 처음 나온 게 2007년) 휴대폰이 어떤 식으로 사람의 독서 활동에 영향을 미칠지는 전혀 예상할 수 없었을 때였을 텐데도, “지금 남아 있는 거의 유일한 희망은 인간이 휴대전화를 통해서 책을 읽을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는 기대”라는 전망을 하기도 한다. 결과는 그리 긍정적인 것 같지 않지만, 반면 당시까지만 해도 “수익을 내는 데 실패했다”는 전자책 시장은 2024년 통계에 따르면, 종이책을 1년에 한 번이라도 본 사람의 비율은 40%인데, 전자책은 그 절반인 약 20%까지 올라와 있는 상황이다.


저자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학교도서관의 확충과 관련해서 책을 쓸 당시까지는 학교도서관의 사서 배치율 3%라는 절망적인 수치였으나, 지금은 광주광역시와 서울 같은 경우 80%까지 사서교사나 사서공무원이 배치되는 식으로 변했다. 물론 전국적으로는 아직 40% 중반대 밖에 안 된다는 점에서 법을 안 지키는(최소 1인 이상 배치) 학교가 여전히 많다는 건 아쉬운 부분.


책 후반에는 서울국제도서전과 관련된 내용도 보인다.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큰 흥행을 거둔 행사인데, 책 속에서는 흥행부진, 콘텐츠 부족을 고민하고 있다. 우리나라 독서 상황은 나아지고 있는 건지, 악화되고만 있는 건지.. 물론 팔리지 않는 책을 붙잡고 망하는 출판사들은 언제나 있었으니 누군가에게는 늘 이 시장이 암담하게 느껴지기도 하겠지만, 또 전반적인 상황은 느리지만 조금씩 개선되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책을 만들어 팔고 싶은 출판사에게도, 그리고 책을 좋아해서 출판계 전체에 대해 좀 더 알아보고 싶은 독자에게도 유용했을 책이다. 물론 시간이 좀 지나서 그냥 옛날이야기처럼 읽고 넘어가면 될 내용들도 적지 않지만, 여전히 유용한 통찰들도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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