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흥미롭게도 오리게네스의 개인적 삶의 연대기와 그의 신학적 작업을 매치시키는 방식으로 구성된다. 이런 구성을 통해서(그러니까 오리게네스의 저작이 나온 순서와 배경을 아울러 살핌으로써) 자연스럽게 그의 사고와 사상이 어떤 식으로 발전되어 왔는지를 함께 살필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역시 주된 주제는 그의 알레고리적 해석 방식이 어떻게 나왔고, 어떤 식으로 사용되었는지다. 특히 알렉산드리아에서의 정치적인 이유로 쫓겨난 후 정착한 팔레스타인의 카이사레아(가이사랴)에서 그의 작업은 유대 랍비들과의 토론을 통해 새로운 장으로 접어든다. 흥미로운 건 성전이 파괴된 시대를 살고 있던 랍비들 역시 일종의 알레고리로 구약을 해석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예컨대 유월절의 핵심적인 상징인 “피”를, 유대인들은 모리아산에서 흘린 이삭의 피나, 그에 앞서 할례를 행할 때 흘린 아브라함의 피로 해석하곤 했다. 이에 반해 오리게네스의 해석은 예수 그리스도를 중심으로 이루어진다는 큰 차이점이 있고.
국내 저자 가운데 교부 신학을 전공하고 이렇게 책(원래는 논문이었지만)까지 내는 경우를 많이 보지 못했던 것 같다. 그 자체로도 의미가 있다고 보지만, 책의 내용 역시 흥미로운 설명들이 잔뜩 발견되어서 즐거운 독서를 할 수 있었다.
특히 1장 “상징의 시대”와 4장 “텍스트 상징으로 지은 성전” 부분이 새로운 내용들이 많아 집중해서 읽었다. 알레고리적 해석이라는 것이 단순하지 않다는 것, 그냥 무시해 버릴 수 있는 가벼운 이론이 아니라는 것을 확실히 알려준다. 작고 얇은 볼륨이기도 하니, 이 분야에 관심이 있다면 한 번 읽어보는 것도 좋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