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여전히 고전은 우리에게 어렵다. 고전과 우리 시대 사이에 놓여 있는 깊은 시간과 문화의 골짜기는 아무나 쉽게 뛰어넘어 갈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전을 읽는 데에는 좀 더 노력이 필요하다. 물론 그 노력을 제대로 했을 때 얻어지는 기쁨은 몇 배는 거 크겠지만.
우선은 어떤 책을 골라야 할지부터 어렵다. 뭔가 바닷가에 가서 내가 원하는 색깔의 조개껍질을 찾는 일 같달까. 막상 주웠는데 그냥 별 가치 없는 오래 된 플라스틱 조각일 수도 있는 거다. 이 책은 바로 여기에서부터 시작한다. 서양 고전 65편(저자 중심이라 실제로는 몇 권이 더 포함된다)을 시대 순에 따라 한 편씩 골라 간략한 설명과 함께 소개한다.
여기에 중간 중간 각 시대별 흐름과 그 흐름을 잘 보여주는 따로 더해서 설명해 주니, 감을 잡는 데도 도움이 된다. 방대한 내용을 공부해 나갈 때는 이런 식으로 간략하게 나마 전체적인 흐름을 확인하고 기억해 두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공동 편집자로 두 명의 이름(그 중의 한 명은 “소명”의 작가이기도 한 오스 기니스다)이 올려 있지만, 이런 방대한 작업물을 두 사람의 힘으로만 완성하는 건 당연히 쉬운 일이 아니다. 각각의 항목은 주로 영문학 교수인 기고자들의 글을 바탕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어느 정도 이 분야 종사자들의 컨센선스를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또 하나의 중요한 특징은 이 작업, 그러니까 여기 소개된 고전의 선정뿐 아니라 그 해설과 해석에 기독교적 관점이 담겨있다는 점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문학에 대한 평가가 떨어진다는 의미는 아니고, 작품의 메시지를 어떤 식으로 이해할 수 있는지에 관해서 괜찮은 가이드가 될 수도 있겠다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