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미앙과 카몽이스, 책은 이 두 사람의 에피소드를 교차시키며 서술이 이어진다. 왜 하필 이 두 사람이었을까? 한 명은 유럽 각지를 돌아다녔고, 다른 한 명은 아프리카를 돌아 인도에서 활동했던 인물이라 직접적인 교류가 있었던 것 같지도 않다. 다미앙이 카몽이스보다 20여 년 먼저 태어났지만 세상을 떠난 해는 비슷하고, 무엇보다 두 사람 모두 포르투갈인이라는 공통점이 있긴 하다. 그래도 공통점보다는 차이점이 더 많아 보인다.
가장 큰 차이점은 두 사람의 사후 평가다. 다미앙은 에티오피아의 기독교 역사에 관한 최초의 책을 썼다는 정도만 있을 뿐, 행적에 관한 기록도 많이 남아 있지는 않다. 반면 카몽이스의 경우 포르투갈의 국민시인에 등극할 정도로 사후 엄청난 사랑을 받고 있다고 한다. 생전 그가 여러 차례 범죄에 연루되어 수감되기도 했다는 점을 생각하면 확실히 이례적이다. 지난 2007년 포르투갈의 공영방송국이 자국민들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위대한 포르투갈인을 뽑았을 때, 카몽이스는 5위, 다미앙은 92위(그리도 뽑히긴 했다!)였다고 한다.
저자는 이런 큰 사후 평가의 차이가 조국인 포르투갈에 대한 두 사람의 태도에 있었다고 본다. 당시는 르네상스가 한창이었고, 인문주의에 입각한 학문 탐구가 교회의 권위적인 입장과 충돌하던 시기였다. 신항로 개척으로 좀 더 넓은 세계와의 접촉이 잦아지면서 유럽인들의 자기중심성도 흔들리고 있었다. 다미앙은 이런 추세에 따라 일종의 다원주의적 저작물들을 남겼고, 이는 한창 뻗어나가려는 포르투갈 정부의 입장과도 배치될 수밖에 없었다.
반면 카몽이스는 지극히 낭만적으로 조국을 그린다. 비록 그가 인도 현지에서 보고 들은 것은 유럽에서 보고들은 것과는 차이가 많았지만, 어쨌든 그가 남긴 시 속에서 포르투갈은 위대한 나라이자 영웅적이며 성스러운 행적으로 묘사된다. 당연히 당국자들의 인정을 받을 만했던 것. 더구나 포르투갈이 있는 이베리아 반도는, 유럽에서 가장 나중까지 레콘키스타라고 불리는 이슬람 세력과의 전투가 있었던 곳이었으니, 이런 영웅적 서사는 딱 구미에 맞았으리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