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신을 보는 것은 사별자가 ‘눈앞의 죽음’을 보는 것이다.
그 순간에는 죽음에 대해 철학적으로 사유하기보다는
철저하게 물리적인 사건으로서 죽음을 맞닥뜨리게 된다.
애도는 물리적 사건으로서의 죽음을 받아들이고 인정함으로써 시작한다.
사별자들은 시신이 된 그 모습만 영원히 자신의 기억 속에 남을까 두려워하지만
고인의 마지막을 봤던 사별자들은
오히려 평온하게 잠든 모습을 바라보며 위안을 얻었다고 말씀하셨다.
- 고선규, 『여섯 밤의 애도』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