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그리스도인들)는 흔히 구약에서 반복적인 죄를 저지르는 사람들을 보고 한심하다고 느낄 때가 있다. 어쩌면 저렇게 똑같은 잘못을 했다가 큰 곤경을 치르고서 아무 것도 기억하지 못한다는 듯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는 걸까 하는 식이다. 그 대표적인 본문이 사사기다. 가나안 정착 직후의 혼란스러운 몇 백 년간의 이야기를 다루는 이 책에서, 고대 히브리인들은 너무나도 쉽게 하나님을 버리고 주변 민족들의 우상으로 넘어가버린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오히려 그들이 한 분이신 하나님을 섬기는 자리로 돌아오는 것 자체가 애초에 너무나 힘든 일이었다. 그들의 삶 전체를 감싸고 있는 주변 환경과 문화는 각 지역마다 그 지역을, 또는 어떤 영역마다(강이나, 산이나 하는) 그 영역을 다스리는 신적 존재가 있고, 각 존재들은 특별한 고유의 능력이 있어서 자신에게 치성을 드리는 추종자들에게 호의를 베푼다는 생각이 진리로 여겨지던 시대였으니 말이다. 신들은 오직 신상들을 통해서만 어떤 공간에 임재할 수 있고, 대규모 신전을 운영하는 대제국들의 힘을 목격한 이상 이 모든 것을 그저 부정하기란 결코 쉽지 않았을 것이다.
이런 시각으로 구약을 보면 백성들이 그토록 자주 우상으로 돌아서는 모습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또, 구약 전체에 걸쳐서 어떻게 그런 백성들의 관점을 유일하신 하나님으로 돌이키려고 애쓰고 있는지도 보인다. 고대 경건한 히브리인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하나님이 어떤 분이신지를 (점진적으로) 가르치고, 이방의 신들로부터 신성을 벗겨내는 작업을 끊임없이 반복해 왔다. 물론 이 작업도 고대의 방식으로 해 왔다는 점은 기억해 두어야 할 부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