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들과 함께 - 고대 근동의 눈으로 구약의 하나님 보기
이상환 지음 / 도서출판 학영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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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약 성경의 배경은 고대 근동이다. 고대 히브리인들은 어떤 진공 환경 속에서 살았던 것이 아니라 다양한 힘과, 문화와 종교가 어우러져 있던 실제 세상에서 살고 있었다. 수 천 년의 시간적, 공간적, 역사적, 문화적 간격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오늘 우리가 구약을 읽으면서 그 본문 속에 묻어있는 당시의 이런 배경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문제는 이런 오해 가운데 지극히 현대적인 관점으로 구약을 읽어내는 오류가 쉽게 발생하곤 한다는 것이다. 오늘날의 윤리적 기준으로 고대 본문들 속 행위를 재판하려 한다든지, 오늘의 학설과 일치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본문들을 죄다 허구로 몰아가든지 하는 나이브한 이해들은 그리 드물지 않다.


이 책은 그런 오해를 조금은 줄여주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한 목적으로 쓰였다. 물론 책 한 권으로 구약의 모든 배경을 설명할 수는 없고, 이 책의 주요 목표는 구약 시대의 다신교적 배경이다. 고대에는 다신교가 일반적이었고, 그 가운데서 여호와(책에서는 “야훼”라는 명칭을 사용)라는 유일신으로 돌이키는 것이 얼마나 힘들었을지, 그 과정에 그토록 오랜 시간이 걸렸던 이유는 무엇인지 등을 차분하게 설명해 나간다.





우리(그리스도인들)는 흔히 구약에서 반복적인 죄를 저지르는 사람들을 보고 한심하다고 느낄 때가 있다. 어쩌면 저렇게 똑같은 잘못을 했다가 큰 곤경을 치르고서 아무 것도 기억하지 못한다는 듯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는 걸까 하는 식이다. 그 대표적인 본문이 사사기다. 가나안 정착 직후의 혼란스러운 몇 백 년간의 이야기를 다루는 이 책에서, 고대 히브리인들은 너무나도 쉽게 하나님을 버리고 주변 민족들의 우상으로 넘어가버린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오히려 그들이 한 분이신 하나님을 섬기는 자리로 돌아오는 것 자체가 애초에 너무나 힘든 일이었다. 그들의 삶 전체를 감싸고 있는 주변 환경과 문화는 각 지역마다 그 지역을, 또는 어떤 영역마다(강이나, 산이나 하는) 그 영역을 다스리는 신적 존재가 있고, 각 존재들은 특별한 고유의 능력이 있어서 자신에게 치성을 드리는 추종자들에게 호의를 베푼다는 생각이 진리로 여겨지던 시대였으니 말이다. 신들은 오직 신상들을 통해서만 어떤 공간에 임재할 수 있고, 대규모 신전을 운영하는 대제국들의 힘을 목격한 이상 이 모든 것을 그저 부정하기란 결코 쉽지 않았을 것이다.


이런 시각으로 구약을 보면 백성들이 그토록 자주 우상으로 돌아서는 모습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또, 구약 전체에 걸쳐서 어떻게 그런 백성들의 관점을 유일하신 하나님으로 돌이키려고 애쓰고 있는지도 보인다. 고대 경건한 히브리인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하나님이 어떤 분이신지를 (점진적으로) 가르치고, 이방의 신들로부터 신성을 벗겨내는 작업을 끊임없이 반복해 왔다. 물론 이 작업도 고대의 방식으로 해 왔다는 점은 기억해 두어야 할 부분.





분명 신학을 다룬 책이지만 읽는 과정이 그리 어렵지는 않다. 아마도 저자가 동료 신학자보다는 좀 더 많은 것을 알고 신앙생활을 하고자 하는 일반 신자들을 예상 독자로 생각하고 쓰지 않았나 싶다. 특히 이런 부분은 마지막 장인 5장에서 두드러지는데, 이 장은 어떤 학문적 논의라기보다는 맘몬이라는 우상으로 형상화된 돈에 대한 과도한 집착과 열망에 대한 경고(그리고 적용)이다.


또, 이런 종류의 책을 쓰는 저자들의 경우 자신들이 소위 중립적 위치에 있음을 보여주기 위해, 의도적으로 신앙적 표현들을 배제하거나 구약 본문에 대한 설명에서도 그와 비슷한 시도를 하곤 하는데, 이 책은 저자 자신의 신앙을 애써 감추지 않는다. 그러고 보니 서문의 첫 문장이 바로 이 점을 분명히 하는 내용이었다(“나는… 독자들에게 내 신앙을 나누려는 목적으로 본서를 썼다”) 그렇다고 학문적 검토의 수준이 낮다는 의미는 아니니 걱정할 필요는 없다.


구약의 히브리인들이 살았던 세계를 좀 더 실감나게 맛보고 싶다면 한 번쯤 읽어볼 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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