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사에서 좋은 기획을 했다. “그리스도교의 역사”라는 기획인데, 기독교의 역사를 시대별로 나누어 몇 개의 강좌를 진행했고, 그 결과물을 책으로 엮었다. 흥미로운 건 이들 저자들이 흔히 보는 역사신학을 공부한 신학자가 아니라는 것. 모두 서양사를 전공한 사학자들이다. 물론 기독교 신앙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이고. 그러니까 이 기획은 일반 역사가의 눈으로 교회의 역사를 교회 밖 역사와 함께 조망해 보는 그런 그림을 그려낸다.
지금까지 네 권의 책이 나왔는데, 그 중에서 이 책은 근대 교회사를 다룬다. 제목에도 나와 있듯, 이 시기는 혁명의 시대였다. 프랑스에서는 전제군주를 몰아내는 혁명이 일어났고, 미국은 영국으로부터 독립을 이루었고, 과학 혁명과 계몽주의라는 사상적 혁명도 있었다. 그야말로 서구 세계가 들썩였던 시기다.
당연히 기독교회 역시 다양한 변화를 마주할 수밖에 없었다. 바로 직전 종교개혁이 일어났고, 30년 전쟁의 여파로 유럽 내 사람들의 신앙심은 크게 떨어져 있었다. 여기에 계몽주의와 과학 혁명은 치명타를 가하는 것 같았지만, 북미 대륙에서의 대각성운동, 또, 영국의 노예무역폐지운동과 다양한 경건운동들이 일어나면서 또 한 편으로 나름의 부흥을 이루기도 했다.
교회의 역사란 확실히 어느 한 가지 요인 때문에 일어나거나 넘어지지는 않는 것 같다. 큰 위협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사건에, 또 교회는 놀라운 방식으로 자신 안에 있는 생명력을 드러내기도 한다. 물론 이 과정에서 이전의 잘못된 부분들은 타격을 입지만, 본질이 아닌 부분이 그런 식으로 깎여나감으로써 새살이 돋는 느낌이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