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은 거대한 정신병동이다
김정일 지음 / 지식공작소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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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쇼킹하다. 도서관에 갔다가 바로 눈에 들어왔던.. 여기에 저자의 이름까지 심상치 않다. 김정일. ㅋ 책은 시작부터 분당 칼부림 사건을 인용하면서 오늘날 우리 사회가 얼마나 정신적으로 병들어 있는지를 지적한다. 특히 강남에서 정신과 의원을 열고 있는 저자는 대한민국의 온갖 욕망이 집중되는 강남 속 다양한 사례를 통해,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를 진단하고, 나름의 해결책을 제시하려고 한다.


책에서 언급되는 문제 상황은 다양하다. 우선은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부모의 과도한 집착과 압박), 성격, 혹은 정신적 결함이 있는 상대와의 결혼 관계에서 발생하는 갈등, 그리고 사기(저자는 왜 이렇게 사기를 자주 당했는가!)로 이어지는 관계 등등. 여기에 마약이나 도박, 술 같은 중독물질의 문제들(강남에 사는 사람들은 은근 이런 게 많다고 한다)도 있고.


책의 후반으로 가면 우울증을 비롯한 다양한 정신적 병증이 메인 주제로 떠오른다. 그것이 초래할 수 있는 다양한 사건, 사고들, 그리고 어떻게 증상을 완화, 혹은 해결할 수 있을지에 관한 조언들(어차피 약물 치료는 꼭 필요하다).





책을 읽는 내내 자주 만나게 되는 생각은 저자가 인간들 사이의 만남을 굉장히 중요하게 여긴다는 점이다. 사회적 관계가 끊어지면 고립되고, 고립이 되면 점차 정신적인 문제도 발생한다. 예컨대 저자는 소위 ‘묻지 마 범죄’가 일어나는 원인을 “사람을 안 만나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사람을 만나는 것이 부담된다고 안 만나면, 점차 다른 이들을 경계하고 되고 그 경계가 도를 지나치면 선공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 빠지지 않으려면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를 맺는 연습, 훈련이 필요하다. 오로지 공부에만 매몰되어 다른 걸 보지 못하는 아이들은 결국 부모 걸, 부모 보이가 되어버린다. 정신적으로 완전히 부모에게 의존적이 되어버려 다른 사람들과 제대로 된 관계를 맺지 못하게 되는 사람들이다. 이런 미성숙한 이들이 결혼을 하면 당연히 그 관계가 좋을 리 없다. 아니, 이전에 연애 단계에서부터 다양한 문제를 일으킬 것이고.


그리고 또 한 가지는 일을 하라는 권고다. 일을 그만두는 순간 우리의 뇌에 이전과는 다른 문제가 시작된다는 것. 실제로 활발하게 활동을 하던 많은 사람들이 은퇴를 하고 나서부터 급격히 심리적으로, 정신적으로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소위 파이어족이 유행처럼 번지는 세상에서 곱씹어 들어야 할 조언이 아닌가 싶다.





꽤나 도발적인 제목으로 시작한 책이지만, 그리고 일부 내용들은 성급한 일반화가 아닌가 싶은 데도 있지만, 막상 읽어보면 저자가 자신의 상담실과 실제 삶에서 경험한 다양한 문제들에 대한 나름의 해답을 고민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임상의로서 자신의 경험을 이렇게 나누는 건 분명 의미 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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