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의 보트
에쿠니 가오리 지음, 이정환 옮김 / 자유문학사 / 2003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두꺼운 옷을 입을수록 추워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요약 。。。。。。。                      

 

     정확한 이유는 모른다. 어느 동네건 적응이 될 만 싶으면 또 다른 동네로 이사를 가는 가족이 있다. 엄마(요코)와 딸(소코)은 그렇게 정확한 목적지도 없는 유랑을 거듭한다. 

 
 

 

     젊은 시절, 피아노를 전공했던 요코는 자신을 가르쳤던 모모이 교수와 나이 차를 뛰어넘는 결혼을 감행한다. 하지만 둘은 단 한 번의 관계도 없는 이상한 부부였고, 요코는 유부남인 다른 남자와 사랑에 빠진다. 결국 그와 사이에 아이까지 갖게 되었지만, 남자는 마침 경영하던 레코드 가게가 망하게 되면서 요코의 곁을 떠난다. 꼭 돌아올 것이라는 말을 남기고. 

 

     그 남자를 다시 만나게 될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아직 갓난 아이인 소코와 함께 전국을 방황하게 된 요코. 소코가 커서 학교에 들어가게 되었지만, 여전히 요코의 습관적인 이사는 달라지지 않는다. 어딘가에 정착하게 되면 그를 찾아 떠날 수 없을 것만 같아서라는 요코는, 끊임없이 소코에게 아빠와의 로맨스를 옛날이야기처럼 들려준다.

 

 

 

     끊임없는 이사 이야기로 끝날 것만 같았던 이 이야기에, 갑자기 이 단조로운 흐름을 가로막고 다른 곳으로 흘러가도록 만드는 존재가 있었으니 바로 소코였다. 어느 덧 소코도 나이가 들었고, 그녀는 엄마의 비현실적인 삶에 싫증을 느끼게 되는데..
 

 

 감상평 。。。。。。。                     

 

     ‘냉정과 열정사이’, ‘반짝반짝 빛나는’에서 볼 수 있었던 에쿠니 가오리의 글쓰기 스타일이 여기에서 다시 한 번 나타난다. 이른바 교대로 글쓰기인데, ‘냉정과 열정사이’에서는 두 명의 작가가 두 명의 주인공의 입장에서, ‘반짝반짝 빛나는’에서는 한 명의 작가가 두 명의 주인공의 입장에서 각각의 이야기를 써 내려가는 방식이다. 굳이 말하자면 이 책은 ‘반짝반짝 빛나는’ 스타일이다. 작가는 소코와 요코의 입장에서 교대로 이야기를 진행시킨다. 참 재능 있는 작가인 것만은 인정한다.

 

 

     작가의 다른 작품과 마찬가지로, 이 책 역시 사랑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또, 이번 이야기의 내용 역시 그다지 일상적이지 않다. 주인공 소코는 유부남과의 사이에서 딸을 낳았고, 떠난 남자에 대한 꿈과 환상으로 만든 세계에 살면서, 끊임없이 그를 찾아 딸을 데리고 여행을 떠난다. 불륜과 망상의 절묘한 조화라고 할까.

 

     그다지 아름답지 않은 이 이야기를 굳이 아름다운 것으로 치장하려는 시도들이 있다. 예를 들어 이 책을 번역한 이정환 씨의 해석이 그렇다. 역자후기에서 그는 사랑을 단순히 순간적인 감정으로만 보며 ‘어떻게 느끼는가’가 가장 중요하다고 역설한다. 이런 세계관에서 나오는 결론은 사랑이라는 순간적 감정에 충실하게 살아가는 요코는 성숙한 여성이고, 소위 ‘현실’에 눈을 뜬 소코는 미성숙한 여성(p. 268)으로 밖에 안 보이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사랑이 그렇게 불확실하고 순간적으로 변하는 감정적 변화일 뿐일까? 그렇다면 그렇게 불확실하고 자주 변하는 것에 왜 사람들은 그렇게 큰 확신을 가지고 매달릴 수 있는 걸까. 내 생각은 좀 다르다. 순간적이고 말초감각만을 짜릿하게 해 주는 오로지 감정적인 사랑에 매달려 사는 요코야 말로 미성숙한 인물이 아닐까. 어쩌면 그녀는 자신의 감정만을 충족시키기 위해 딸에게 적절하게 제공되어야 할 양육환경에 대한 배려까지도 내던져버린 미성숙한 어머니이기도 하다. 여기에 초콜릿과 담배에 대한 과도한 집착은 그녀의 유아적 양상을 드러내주는 소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한 없이 자기를 방어하면 할수록 그녀 자신이 더욱 약해보이는 것은 왜일까.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에 나오는 주인공들은 언제나 자기 자신 안에 갇혀 있다는 느낌이 든다. 최근의 소설을 읽어보면 좀 다른 느낌이 들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