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지가 꽤 됐는데, 밀린 일이 많아 감상평을 남기지 못했다. 더 늦추다간 내용을 다 잊어버릴 듯해 간단하게라도 기억을 남긴다.


스타일리쉬한 무당.


가장 눈에 띄는 건 역시 무당 이화림 역으로 나온 김고은의 스타일이다. 통상 무당 하면 떠올리는 오방색 가득한 한복이 아니라, 해외 브랜드의 사치품 코트와 액세서리, 그리고 헬스장의 모습이다. 전체적인 느낌이 밝고 역동적이다. 무당에 대한 이미지가 이렇게 바뀌었나 싶은 장면. 물론 이화령은 돈을 밝히고, 이 때문에 조금 무리한 계획을 세우기도 한다. 이 욕심 때문에 사건이 벌어지기도 하고.


영화 속에서 이화림이 하는 일은 전형적인 무당의 일이긴 하다. 귀신을 달래고, 악귀를 쫓고 하는(이 영화에서는 퇴마사의 느낌이 강하다). 상대가 워낙 강해서 이화림 혼자 뭔가를 할 수 있었던 것 같지는 않지만, 영화 속 파티의 홍일점으로 나름의 위치를 보여준다.

무당이 경쾌해지고, 소위 쿨한 모습으로 돌아다니는 건 어떤 의미일까. 물론 영화 속 설정이긴 하지만, 우리 사회가 그만큼 신앙의 영역에서 조차 눈에 보이는 것에 큰 가치를 두고 있다는 뜻은 아닐까. 사실 이화림이라는 인물은 여느 무당들처럼 자신이 모시는 어떤 신에게 치성을 드리고 하는 일들은 전혀 하지 않는 것 같다. 그는 자신의 능력을 자신을 위해 사용하는 철저하게 세속화 된 성직자다.





부자들의 신앙.


아마 지관으로 나온 최민식이 했던 대사로 기억한다. 미신이니 뭐니 해도 이 땅의 부자들에게 좋은 무덤을 쓰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일이라는 내용. 처음에 그 대사를 들었을 때 꽤 인상적이었다. 정말로 그럴까 싶으면서도, 뭐 대통령 후보가 방송토론회 자리에 손바닥에 왕자를 쓰고 나오고, 무슨 도사라는 사람과 가까이 지낸다는 뉴스를 보면 그리 허황된 설정도 아닌 것 같긴 하다.


결국 이런 태도는 자신이 가진 부에 대한 욕심 때문이다. 또, 그 부를 대대손손 물려주고 싶다는 지극히 인간적인 생각이 소위 풍수에 대한 미신을 낳고, 그런 일에 보통 사람은 상상하기 어려운 큰돈을 쓰기도 하는 법. 뭐 지들끼리 돈을 쓰던 말던 상관은 없는데, 종종 세금 같은 남의 돈으로 그짓을 하는 경우도 있으니 말이다.





일제의 말뚝?


영화에서 언뜻, 일제가 조선의 정기를 끊기 위해 쇠말뚝 같은 걸 박았다는 에피소드가 지나간다. 사실 이건 일종의 도시전설로 실제와는 다르지만, 여전히 이런 내용을 신봉하는 사람들이 있나 보다. 일제가 우리나라에서 온간 만행을 저지른 것은 분명하지만, 그들이 저지르지 않은 일로 비난을 받을 이유는 없다.


영화는 전반적으로 일본에 대한 경계, 반감을 드러내는데, 이 과정이 조금 복잡하다. 우선 사건의 초반 무대였던 무덤은 일제 강점기 친일파 가문의 것이었고, 중반 이후 등장한 최조보스는 일본 전국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물론 전국시대 직후 히데요시가 일으킨 임진왜란으로 조선이 큰 피해를 입은 건 사실이지만, 일제 강점기와 임진왜란을 직접 연결시키는 건 좀 무리하지 않았는지.


그리고 사실 그 빌런과의 대결에서도 무슨 특별한 기술 같은 나오지 않아서 보는 재미는 좀 덜했다. 여차저차 분위기는 살려냈는데, 대충 얻어걸린 듯한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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