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스터 맥그래스의 사도신경 - 입술의 고백에서 삶의 신앙으로
알리스터 맥그래스 지음, 송동민 옮김 / 죠이북스 / 2020년 2월
평점 :
품절


사도신경은 기독교 역사 초기에 등장한 신조 중 하나다. 신조란 우리가 어떤 것을 믿는지를 요약해 정리해 놓은 것을 말한다. 여기에 존중의 의미로 ‘경(經)’이라는 단어까지 붙었을 정도로 교회는 이를 중요하게 여겨왔다. 물론 이름에 담긴 것처럼 사도들이 직접 작성한 것은 아니지만(일부 전설에는 사도들이 한 문장씩 완성했다는 말도 있긴 하다), 사도들을 통해 전승된 복음의 핵심적 내용들을 모은 것으로 인정되어 왔다.


이 책은 맥그래스가 바로 그 사도신경을 설명해 놓은 책이다. 사도신경 전체를 여섯 개의 장으로 나누어서, 한 주에 한 장씩 교회에서 공부를 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각 장의 말미에는 관련 성경 구절과 함께 나눌 만한 질문도 포함되어 있다. 맥그래스가 이런 책도 쓰는구나 싶은 느낌.





당연히 내용은 정통적인 신학에 기반하고 있다. 각각의 항목을 차근차근, 소개하며 설명한다. 다만 애초에 이 책이 교회에서 성경공부를 위해 쓰인 책이라면 조금은 부드럽게, 그리고 쉽게 설명이 되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맥그래스의 책이나 문장이 늘 그렇듯 쉽지만은 않으니까.


예를 들면 저자는 사도신경에 본디오 빌라도의 이름이 언급되는 데서 예수님이 받으신 수난의 “공적인 성격”을 읽어낸다. 또, 그리스도의 승천에서는 “성부 하나님이 예수님의 청원을 들으심을 암시”함을 유추해 낸다. 이런 개념들은 좀 더 자세한 설명이 필요한데, 그 정도까지 이 책에서 다루지는 않는다.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교회에서 이 책을 사용하려면 먼저 리더가 충분히 소화를 하고 설명하는 작업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물론 이미 어느 정도 이런 종류의 책을 읽는 게 익숙한 독자라면, 익숙한 문장들 사이에서 깊은 통찰을 건져낼 수 있을 것이다.





사족을 하나 덧붙이면, 표지를 잘 만들었다. 영문으로 된 사도신경이 음각으로 새겨져 있는데, 그 중 몇 개를 골라 음각 대신 검은 잉크로 인쇄했다. 그리고 그 검은 잉크부분만 모아서 읽으면 I BELIEVE라는, 사도신경의 첫 구절이 된다. 재미있는 포인트. 다만 내가 가지고 있는 판은 이 검은 잉크가 인쇄된 위치가 미세하게(한 1mm 정도?) 오른쪽으로 넘어가서 자세히 보면 좀 어색하게 느껴진다. 사실 각각 따로 두 번에 걸쳐 인쇄해야 하는 작업인지라, 정확히 맞추는 게 어렵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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