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이런 문제의식에서 시작해 우리가 다시 한 번 세상을 경이로운 곳으로 보아야 할 필요성을 반복해서 주장한다. 그리고 여기에 핵심적인 변호인으로 등장하는 인물이 바로 C. S. 루이스다(사실 저자는 루이스의 가장 유명한 책 “순전한 기독교”의 번역자이기도 하다). 저자는 루이스의 다양한 작품들을 인용하면서 루이스가 간절히 찾았던 경이를(루이스의 표현으로는 joy) 살펴본다.(물론 그 이외에도 다양한 인물들이 언급된다.)
경이가 사라진 세상은 “노래가 불리지 않는 세상”이 될 거라는 문장이 인상적이다. 노래라는 것이 애초에 대상의 경이로움에 대한 찬탄에서 시작되는 것이니 말이다. 모든 것을 물질로, 재물로 환산하는 환금주의와 물질주의, 그리고 오늘날 더더욱 부각되고 있는 다양한 인간성 상실을 떠올릴 만한 사건들은 어느 날 갑자기 시작된 게 아니라 꽤 오래 전부터 그 전조가 있었던 것. 시와 노래를 잃어버린 사람들의 삶은 얼마나 메마르고 답답할까.
저자는 왜 우리가 경이감을 회복해야 하는지, 세상을 단지 기계론적으로만 보는 것이 어떤 한계가 있는지를 다양한 방향에서 조망한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기독교의 세계관을 여기에 접목시킨다. 다만 이 지점에서 조금 아쉬웠던 것은, 그렇게 경이의 필요성을 보여주는 데는 성공했으나, 세상을 경이로운 곳으로 인식하게 될 때 나타나는 변화가 단지 우리의 심리적인 부분에 한정되는 듯한 느낌을 준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와 더불어 기독교를 믿는다는 것 또한 그런 다분히 심리적이고 정서적인 측면에서의 도움인 것처럼(물론 저자가 그렇게 생각하는 건 아니라고 보지만) 볼 여지가 있다는 점도. 물론 이 책이 기본적으로 EBS라는 공영방송에서 한 강의를 모았기 때문이 아닐까 싶긴 하다.
우리는 경이를 회복할 수 있을까? 여전히 우리 사회에는 시인도 있고, 가수도 있으니 조금은 안심해도 되는 걸까. 하지만 이미 이원론적 세계관에서 감정과 경이, 신앙을 모두 2층 다락방 구석으로 몰아넣은 시대의 전망은 그리 밝지 않아 보인다. 우리는 날마다 더 알아간다고 생각하면서, 날마다 뭔가를 잃어버리고 있는 것일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