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탐욕의 대상에서 사랑의 도구로 그리스도인의 일상 중심 잡기 1
손성찬 지음 / 죠이북스(죠이선교회)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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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솔직히 말하면, 이 책의 저자와는 학부 4년, 신대원 3년을 같이 다닌 친구다. 몇 년 전 개척했다는 소식을 들었고, 어느 샌가 책을 한두 권씩 내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제법 인기 있는 작가가 된 듯하다. 그 사이 한두 번 만나기도 하고 했던 것 같은데, 정작 책을 제대로 읽어 본 건 이번이 처음이다. 다만 이런 친분 관계가 서평에 영향은 전혀 주지 않았다. 물론 뭐 내가 정한 중립성을 지켜가며 리뷰를 써 온 것도 아니기도 하고, 이게 무슨 대단한 글도 아니니 애초에 상관 없기도 하지만.


한 해에 백 여 권 정도 책을 읽고 있지만, 그 중 설교집을 읽는 경우는 드물다. 작년 같은 경우 딱 한 권을 읽었는데, 유진 피터슨의 “잘 산다는 것”이라는 책이다. 그나마 그 책도 설교집이라기 보다는 교인들에게 쓴 일종의 목회서신 비슷한 것이었고. 그 전 몇 년을 검색해 봐도 설교집 리뷰는 별로 보이지 않는다.


설교집에 따로 악감정(?)이 있는 건 아니다. 다만 설교라는 자리가 가지고 있는 시간적, 공간적 한계로 인해, 전개할 수 있는 내용의 범주와 깊이가 제한되기에, 탁월한 무엇을 얻기 쉽지 않기도 하고, 내가 그 자리에서 그 공동체의 일원으로 있지 않는 이상은 온전히 그 내용을 내 것으로 수용하는 게 불가능한 것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쉽게 말해 제한된 시간 속에서 읽을 만한 설교집을 만나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손성찬 목사가 쓴 이 설교집에 대해서는 조금 다른 평가를 내려도 될 것 같다. 물론 여전히 앞서 말한, 설교라는 자리가 안고 있는 상황적 한계 때문에 논지를 좀 더 깊게 들어가지 못하거나, 너무 날카롭지 않게 다듬었던 게 아닐까 싶은 부분이 보이긴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안에 이 주제에 대해 깊은 고민과 그로부터 나온 통찰이 잔뜩 묻어난다.




이 책에 실린 여덟 편의 설교는 제목처럼 돈이라는 주제를 다루고 있다. 처음 세 편은 일반론적인 고찰로, 돈이라는 것이 기독교인에게 어떤 의미인지를 다룬다. 그것은 그 자체로 복의 상징이라거나, 반대로 무조건 멀리해야 할 악의 결과물이 아니라 중립적인 도구로서의 성격을 강조한다(물론 과연 돈이 “중립적”인가에 대해서는 다른 의견들도 가능하다).


하지만 그런 도구로서의 돈은 쉽게 목적으로 치환된다. 이른바 돈이 신(우상)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성경은 이에 대해 매우 경계하며, 특히 복음서에서는 이런 방향을 바꾸어 돈을 하나님을 향해 사용하는 법에 관해 일부 말하는 것 같기도 하다. 사실 여기까지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내용의 반복이지만, 그 안에서도 저자의 통찰력이 언뜻언뜻 튀어나온다.


예를 들어 저자는 누가복음 18장에 나오는 한 젊은이의 이야기에서, 주님이 그에게 가진 것을 모두 팔아 가난한 사람에게 나누어주라고 하시자 “심히 근심”했다는 구절에서, 그가 이제까지 자신이 가진 것을 하나님이 주신 것으로 여겨왔다고 자부하던 생각이 허상임이 드러났다(58)고 지적한다. 또, 같은 본문에서 주님이 말씀하신 다 팔아 나누어 주라는 명령에 관해 저자는 이를 “네가 목적으로 삼고 있는 것을 버리고 비우라”는 명령으로 읽어내기도 한다(67).


책의 후반부인 4장부터는 어떻게 돈을 벌어야 할 것인가, 그리고 어떻게 써야 할 것인가를 다룬다. 사실 이 책의 진가는 이 부분에서 좀 더 두드러지는데, 단순히 성실하고 책임감 있게 일을 하면 된다는 수준에서 멈추지 않고, 오늘날 자본주의의 근본적인 문제 중 하나인 근로소득과 자본소득의 비대칭성, 그리고 그 대표적인 부작용인 투기의 문제까지 직접 지적한다(해본 사람은 안다. 이런 주제를 설교의 자리에서 꺼내는 것이 어마나 부담스러운 일인지).


그리스도인의 돈벌이에 관해 저자가 마무리 부분에서 하는 말이 특히 인상적이다. 이윤의 결과 면에서 그리스도인은 그리스도인이 아닌 이들보다 조금 뒤처질 수밖에 없다는 걸 기억하라는 부분이다. 이 정도면 젊은 목사 치고 꽤 용감한 발언이 아닌가.





이 외에도 언급하지 않은 인상적인 구절들이 적지 않다. 사실 돈에 관한 성경 본문이라는 것이 은근 해석하기가 난해한 것들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저자는 용기 있게 그런 구절들 앞에 서서 치열하게 고민하고 나름의 방식으로 풀어낸다. 이 주제에 관해서 교회 안에 온갖 얼치기 진단과 처방들이 난무하는 상황에서, 이 정도만 해 줘도 감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아쉬운 부분은 여덟 번째 장에서 시도했던, 희년을 고리로 해서 좀 더 큰 사회 경제 체제에 대한 비판적 시도가 그리 인상적이지는 못했다는 점이다. 뭐 한 편의 설교에서 다루기엔 조금 큰 이야기였기에, 어느 정도 이해가 되는 부분이기도 했다.


전반적으로 쉽고 짧은 문장에, 논리 전개에도 뭉개짐이 없다. 또, 책에서 중심에 두고 있는 돈이라는 주제에 대해 피해가는 바 없이 담백하게 직면하는 부분도 좋다. 썩 괜찮은 설교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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