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베르 독자들이 쓴 나무 2
강창모 외 지음 / 열린책들 / 2004년 2월
평점 :
절판


        재미있는 시도의 책이다. 책을 쓰는 사람이 작가이고, 독자는 그 책을 읽는다는 전형적인 공식을 뒤집는 기발한 상상의 책이었다. 바로 독자가 쓴 책이기 때문이다. 도서관에서 이 책을 발견한 직후, 베르베르가 새로운 책을 썼나보다 하고 주저 없이 빼서 펴보았지만, 웬걸 이 책은 베르베르의 작품이 아니었다. 전작인 『나무』를 읽은 그의 한국 독자들이 베르베르와 같은 방식으로 글을 쓴 것들을 모아 놓은 글이 바로 이 책인 것이다. 내가 보기엔 이 책 가운데서 가장 상상력이 뛰어난 작품은 이 책을 만든 방식이다.

 

        저자들의 연령이나 사회적 지위는 매우 다양하다. 초등학생부터 직장인까지 다양했다. 내 주위에 있는 사람들은 어떤 상상을 할까 하는 것을 보는 것 자체가 흥미로운 작업이었다. 수 백편의 글 가운데 뽑아서 엮어진 글들인 만큼 하나하나 기발한 상상력이 가미된 작품들이었다. 

        하지만 역시 아마추어 작가들의 글이라서 그런지, 베르베르의 글에서 볼 수 있는 것과 같은 인간성에 관한 심오한 고찰이나, 사회 전반의 부조리에 대한 풍자와 우스개를 섞은 비판과 같은 것은 보이지 않았다. 표면적인 풍자나 비판의 선에서 그치고 마는 글들이 대부분이었다. 늘 서평을 쓸 때마다 인용해 놓고 하는 한 두 개의 멋진 문장을 이 책에서는 발견할 수 없었다. 그렇지만 뭐라고 할 수가 있겠는가, 그런 풋풋함이 또한 읽는 사람을 기분 좋게 만들어주는 한 가지 요소가 될 수도 있으니 말이다.

 

        아직 어린 초등학생도 작가 목록에 끼어있다는 사실에 작은 충격을 받았다. 이렇게 책을 읽고 글쓰기를 좋아하는 어린 친구들이 있다는 것 자체가 매우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 외에도 고등학생들도 상당수가 끼어 있었다는 사실도 마찬가지이다. 이 친구들이 잘 성장해서 한국을 대표하는 멋진 작가들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