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프랑스 감독이 한국에서 만든 영화

영화의 영상이 좀 다른 분위기라는 게, 아니 생각해 보니 영화에 사용된 사운드도 뭔가 익숙하지 않다. 찾아보니 감독이 파리음악원 출신으로, 뉴욕 카네기홀에서 연주도 했던 음악가라고 한다. 그리고 가장 큰 이유는 역시 감독이 우리나라 사람이 아니라 프랑스인이라는 점. 영화 초반부터 불어가 등장하고, 주인공 중 한 명이 프랑스인이었던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아, 애초에 이 영화는 한국과 한국배우가 등장하는 프랑스 영화였다.

그런데 애초의 계획, 혹은 설정은 좀 달랐다는 것 같다. 찾아보니 원작의 배경은 중국이었고(영화의 소재 자체가 좀 충격적이긴 하다), 몇몇 이전 기사를 보니 영화의 제목도 “고요한 아침”이였던 듯하다. 하지만 제목은 잘 바꾼 것 같긴 하다. 애초의 제목은 내용이 뭘지 전혀 짐작도 안 되니. 근데 또 지금의 영화 제목은 너무 노골적이라.. 콜론 뒤에 “미제사건”이라는 부제는 굳이 왜 붙였는지 모르겠다. 차라리 빼는 게 더 나았을 듯도 한데, 같은 영화 제목이 있어서 그랬으려나.

상영시간이 한 시간 반 밖에 안 되는 영화는 초반부터 빠르게 범죄의 현장으로 이끈다. 뭔가 잔뜩 수상한 이식용 장기 배달부와 더 수상쩍은 수술, 그리고 발견된 신분을 알 수 없는 변사체. 딱 봐도 불법 장기 이식 범죄를 다룬 영화다. 수사를 지휘하는 진호(유연석)는 마침 서울에 법의학 심포지움 발표차 방문한 프랑스 교수 알리스(올가 쿠릴렌코)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그녀의 도움으로 점차 범인에게 접근해 간다는 스토리.



2) 왜 한국을 넣은 거지?

앞서도 말했지만, 애초의 원작은 중국을 배경으로 했다고 한다. 애초에 사람을 납치해서 장기를 적출하고 이를 불법적으로 이식한다는 원색적인 스토리 자체가 왠지 그쪽에서 좀 더 자주 들을 수 있는 뉴스인 것 같기도 하고. 사실 영화에 등장하는 범죄 조직의 말투도 소위 조선족을 떠올리게 하고, 범죄의 희생자들도 중국 남부 지역에서 자주 발견된다는 희귀한 혈액형을 가지고 있다는 설정이다.

이걸 왜 굳이 우리나라 배경으로 바꿨는지는 모르겠다. 덕분에 영화가 좀 더 복잡해진 것 같은데, 우리나라 형사 중에 프랑스어를 몇 마디라도 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으며, 더구나 그런 사람이 일선 경찰서에서 수사를 맡는 반장이 될 가능성은 또 얼마나 있겠는가. 하지만 여주인공이 프랑스인이니 그와 관계를 진행시키려면 대화는 통하게 만들어야겠는데, 덕분에 영화엔 한국어와 프랑스어, 그리고 영어까지 등장해 어질어질하다. 겨우 연결을 만들려다 보니 남주인공의 조카가 프랑스에 가고 싶어 프랑스어를 공부한다는 뜬금없는 설정도...

영화 막판에 벌어지는 간단한 총격전 같은 경우도, 경찰의 총기사용이 상당히 제한되는 우리나라에서, 공포탄 발사도 없이, 상대에게 고지도 없이 저렇게 총을 막 쏘는 형사가 현실성이 있는 건가 싶은 생각도 든다. 감독의 나라에선 어쩐 지 모르겠지만, 우리나라에선 못 그런다고!

심지어 그 장면에서는 아무런 훈련도 받지 못한 프랑스 여교수가 갑자기 범죄자를 잡겠다고(정확히는 납치된 아이를 구하겠다고) 혼자 본진(병원)으로 달려가 굳이 감금되는 민폐를 끼친다. 백번 이해해서 병원까지 달려가는 것은 넘어가더라도, 경찰이 오는 걸 기다리는 게 보통 사람이 아닐까. 자기를 구하다가 정작 범죄자를 놓치거나 피해자를 잃으면 어쩌라고.



3) 아쉬운 연출

영화 전반에 걸쳐 뭔가 좀 부족하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유연석은 나름 인지도와 연기력을 갖춘 배우이고, 조연으로 유명한 성지루나, 최근 고려거란전쟁의 소배압 역으로 유명해진 김준배, 또 프랑스어를 잘 구사하기로 알려진 예지원까지 잔뜩 등장하는데, 그들의 캐릭터가 잘 살게 그려지고 있지는 못하다. 전반적으로 익숙한 얼굴의 배우들이 낯선 연기를 하는 느낌이랄까.

또, 영화의 장르가 스릴러인 듯하나, 사건의 진행이 그렇게 긴밀하게 연결되며 스릴까지 주지는 못한다는 점도 문제다. 진호는 시도 때도 없이 사람들 앞에서 마술을 보여주거나(조카 생일에 보여주려고 연습한다는 설정이긴 하다), 심지어 경찰서에서 부하직원 앞에서도 자신이 연습하는 마술을 보여주는 장면까지 나온다. 또, 수사과정에서 자문을 해 주는 프랑스 여교수와 연애까지 한다고? 이 모든 것들이 안 그래도 느슨한 영화의 긴장감을 떨어뜨리는 요소다.

인신매매와 장기매매라는 나름 충격적인 소재를 사용했지만, 영화는 특별한을 표현하는 데 실패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게 영화 엔딩에 나오는 옛스러운 배경음악.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