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제목에도 들어가고 분명 여러 차례 이대남이라는 용어가 등장하지만, 정작 책은 이대남이 정확히 누구를 가리키는지 정의조차 하지 않는다. 애초에 이 단어가 그냥 일부 언론이나 호사가가 만들어 낸 단어이기 때문에 그 기준 같은 게 모호한 데가 있다. 대충 따져도 10년의 나이 격차가 있는 한 쪽 성별에 속한 모든 사람이 하나같이 같은 성향을 가지고 있다고 보는 건 무리다.
그래도 분명 이런 성향을 띠는 사람들이 있는 건 분명하니, 저자는 일단 이 부분을 전제하고 이야기를 진행하는 듯하다. 책의 첫머리에서 저자는 “이대남”의 탄생은 일종의 반응이었으며, 그들을 향한 페미니즘 진영의 가시돋힌 독설과 편견이 있었다고 말하는 것 같다. 자연히 이 책은 이대남의 억울함을 풀어주기 위해, 그들을 매도하는, 나아가 우리 사회의 다양한 “악영향을 끼치고 있는” 페미니즘(과 정체성 정치, PC주의)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데 집중한다.
정체성 정치나 PC주의의 기저에 깔린 교만과 혐오 코드의 위험성, 그리고 오늘날 주류가 되어버린 남성혐오주의적 페미니즘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도 문제의식을 갖고 있었기에, 책의 내용에 대해서 어느 정도 공감을 하며 책장을 넘길 수 있었다. 하지만 시종일관 페미니즘에 대한 거친 공격적 표현들은 한편으로 저자의 주장에 대해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읽도록 만드는 요인이었다. 사실 책을 읽는 내내 이쪽이 좀 더 우세적인 포지션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