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우리는 분쟁을 종식시킬 수 있을까? 국제질서에서의 근본적인 평화를 위해 국제연합이 창설된 지도 80년이 다 되어가지만, 그 동안에도 단 한 순간 전 세계에 평화가 있었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전 세계가 두 진영으로 나뉘어 치열하게 서로를 물어뜯었던 냉전이 끝난 지도 고작 30년 밖에 안 지났고, 20여 년 전 일어났던 9.11 테러의 기억은 여전히 전 세계에 생생한 자취를 남기고 있다.
책을 읽다 보면 실은 저자 역시도 이런 문제가 (기독교인들의 바른 신학과 실천을 통해서라도) 온전히 해결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갖고 있지는 않은 것 같다는 느낌이다. 다만 우리의 눈앞에서 벌어지는 극심한 갈등을 조금 늦추고 누그러뜨리기 위해 한 번 더 생각해 보자는 노력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이게 현재로서 우리가 가질 수 있는 최대치의 소망인가 싶기도 하고.
사실 어떤 이들에게 더 크게 다가오는 건 이런 분쟁의 현장에 교회가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다는 현실일 것이다. 저자는 피치 못해 가해자들에 저항해 폭력을 가해야만 하는 상황을 마주하더라도, 그걸 신학적으로 지지하려는 시도는 하지 말아야 한다고 제지한다. 이 또한 복잡한 심경이 담긴 문장이 아니었나 싶다.
여전히 시끄럽고 혼란스러운 시대를 살아가면서, 새해에는 조금은 더 나아졌으면 하는 기대를 품어본다. 물론 연말엔 이 기대를 했다는 것 자체를 기억하지 못하게 될까 살짝 두렵긴 하지만. 우리는 원수를 포용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