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바울의 그 “부업”을 거의 “주업”의 자리로 끌어올린다. 당연히 이 과정은 세밀한 당대의 여러 문헌들에 대한 조사를 통해 구축된다. 우선, 랍비들이 따로 직업을 가지는 전통은 바울 시대 이후에 생겨난 것(아마도 예루살렘 함락과 그로 인한 경제적 곤궁에서 탈피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무언가를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생계를 위한 직업을 따로 갖는 전통은 오히려 그리스에서 찾아볼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물론 이게 절대적인 모습은 아니지만(수업료를 받거나, 유력자에게 의지하거나 심지어 구걸을 하기도 했었다), 분명 여러 그리스 교사들은 자신의 생계를 위한 일을 갖곤 했었다.
또, 그렇게 그들이 생계를 위해 일하는 작업장은 철학 강의나 토론을 위한 장소로도 사용될 수 있었다. 특히 텐트를 만드는 일처럼 시끄럽지 않은 공간은 더더욱 이런 강의실로서의 역할을 하기에 충분했을 것이다.
바울은 자신이 밤낮으로 일하고 있다(cf. 살전 2:9)고 말한다. 저자는 이것이 단순히 수사적인 표현이 아니라, 실제로 이른 아침부터 나가 일을 했던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렇다면 아마도 이 일을 하는 과정에서 사람들을 만나고 전도도 이루어졌을 것이다. 즉 바울의 “일”은 그의 사역의 중심에 있었다.
단지 실용적 차원에서만 “일”이 중심이었던 것은 아니다. 바울은 자신이 누군가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하지 않으면서 복음을 전하고 있기 때문에 "복음을 값없이 주었다(cf. 고후 11:7)"고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었다. 그의 “일”은 복음의 본질을 드러내는 중요한 요소이기도 했다는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