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가 래디컬 페미니즘을 비판적으로 보는 이유는 여러 가지로 제시된다. 먼저 이 운동은 진짜 희생자와 가짜 희생자를 혼동함으로써 좀 더 급한 투쟁을 간과하게 만든다. 몸에 쫙 달라붙는 짧은 옷을 입고 거리를 활보하면서, 자신을 쳐다보는 (마음에 들지 않는 외모의) 남성들을 시선강간범으로 고발하는 것이 페미니즘의 중요한 행동이 되는 동안, 정말로 심각한 차별을 받는 여성문제를 해결하는 데 들어가야 할 힘과 시간이 낭비된다는 말이다.
또, 래디컬 페미니즘은 결국 언론과 각종 문화 매체에 대한 검열과 삭제라는 형식으로 발전하고 있다. 이건 성적인 차원에서 인간의 자유로운 사고를 감시하는 일종의 전제주의적 행태다. 누군가 불쾌하다고, 상처를 받았다고 말한다면 이제 곧 그것은 금지될 수 있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최근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익히 잘 아는 고전 문학 속 일부 표현이 PC주의자들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삭제되거나 원래의 단어가 “교정된 채” 새롭게 출판되는 경우도 실제 일어나고 있다는 뉴스를 본적이 있는데, 아무래도 극단적인 사람들끼리는 확실히 언동이 비슷해 지는 것 같다. 문제는 검열과 삭제를 초래하는 원인이 매우 모호한 어떤 사람들의 기분을 기준으로 하게 된다는 점이다. 심지어 그들 자신도 가끔은 헷깔리는 바로 그 기분 말이다.
여성의 태생적 피해자됨을 강조하는 건 자연스럽게 남성에 대한 공격으로 운동의 초점이 모아지도록 만든다. 이제는 남성의 폭력을 고발하는 것이 페미니스트의 의무이자 명예가 되어버리는 수준이다. 저자는 “지금의 페미니즘은 남성을 상대로 소송을 걸어야 한다는 강박 관념에 사로잡혀 있다”고 본다. 남성적 힘의 남용에 대한 투쟁이 아닌 남성 자체에 대한 투쟁이 될 때, 결국 두 성은 격렬한 대립만 하게 될 뿐이다. 또, 모든 여성이 피해자라는 서사 역시 사실이 아니다.
또, 남성에 의한 폭력에 비해 그 수치가 낮긴 하지만, 여성에 의한 폭력 또한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다는 점에 대해 래디컬 페미니스트들은 일부러 눈을 감고 있으며, 자신들의 피해자 서사의 틀에 맞지 않는 일부 여성들(예를 들면 매춘부들)의 주장은 거짓이나 조작된 것으로 매도된다. 그러는 한편 여성의 특별함에 대한 지나친 강조는 모성본능에 대한 과도한 추앙을 초래하기도 하고, 남녀 사이의 강한 분리주의는 오히려 남성 중심의 사회구조를 더욱 공고하게 만들 뿐이라는 비판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