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능한 심판.
영화는 테러가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세상 속에서 평범한 사람이 어떻게 그런 테러에 젖어 들어가는가를 보여주는 것 같다. 테러가 횡횡하는데도 그것을 제대로 막아내지 못하고, 심지어 테러범을 잡은 후에도 그에 대한 응분의 처벌을 하지 못하는 사회 속에서, 평범한 시민들은 무엇을 믿고 살 수 있을까.
다행이 우리나라에서는 무슨 폭탄 테러 같은 것들이 일어나지는 않았지만, 수백 명의 사람들이 한 번에 죽는 사고들은 잊을 만하면 터져 나온다. 하지만 사건이 발생할 당시에만 시끄러울 뿐, 시간이 지나면 누구도 제대로 된 책임을 지지 않고 흐지부지 잊히곤 한다. 얼마 전 헌법재판소에서는 이태원 참사의 주무 장관의 탄핵안을 기각했고, 기각 판결이 나오자마자 기다렸다는 짓이 지들이 잘났다고 떠들어대는 여당과 정부의 꼴사나운 행태가 나타나기도 했다.
사실 이전에는 이 정도의 사건이 벌어지면 소위 정치적인 책임이라는 걸 지겠다면서 스스로 물러나는 게 상례였다. 하지만 이젠 그런 최소한의 책임지기도 사라져버렸다. 백주대낮에 칼부림이 일어나고, 아파트에 설계대로 철근이 들어가지도 않은 채 시공이 되고, 침수 위험을 경고했는데도 교통통제를 하지 않아 지하차로에서 사람이 죽어가지만, 누구도 책임지지 않고, 기껏해야 말단의 담당자에게 뒤집어씌우고 만다.
자, 이런 각자도생의 세상에서, 평범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남자의 행동에 분명 불법적인 요소가 개입되어 있는데도 불구하고,(그가 경찰서 이외의 공간에 숨겨두었다는 폭탄은 처음부터 폭발하지 않도록 되어 있었다) 영화 말미 경찰들이 그를 체포하려 하지 않았던 건 이런 상황을 충분히 이해했기 때문일 것이다. 법이 심판하지 못한 범죄자를 누군가는 해결해야 하지 않느냐는 지극히 상식적인 정의에 대한 감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