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폴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 할리 베리 외 출연 / 아이브엔터테인먼트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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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영화 느낌.


1990년대 말엔 다양한 지구멸망 시나리오를 그린 영화가 나왔다뭐 이런 영화가 그 때만 나온 것도 아니고그 이전에도 이후에도 있었지만또 세기말적 분위기가 짙게 드리우면서 그런 영화들이 꽤나 유행했던 것 같다리뷰를 쓰면서 찾아보며 알게 되었지만지금 말하려는 두 개의 영화, “아마겟돈과 딥 임팩트가 같은 해(1998)에 개봉했다고 한다.


두 영화는 뭔가 설정이 비슷하다선후가 어떻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모두 지구를 행해 거대한 소행성이 날아오고 이로 인해 지구가 멸망할 지도 모른다는 위기상황을 영화의 배경으로 하고 있다그 중에서도 아마겟돈은 날아오는 소행성에 우주선을 타고 착륙해구멍을 뚫고 그 안에 폭탄을 장착해 터뜨린다는 아이디어를 담고 있다이 영화에서 영감을 받은 건지는 확실치 않지만실제로 각국의 우주관련 연구기관에서는 비슷한 실험을 하고 있다고도 한다.


새 영화에 관해 리뷰를 하면서 왜 이 오래된 영화를 길게 물고 빼느냐역시 영화를 보는 내내 비슷한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20년도 훨씬 더 지난 영화의 느낌이 그대로 살아있는 2020년대 영화라니... 물론 모든 창작물이 완전한 새로운 창작일 수는 없다지만이건 뭐.. 분명 CG야 그동안 흘러온 세월만큼 발전한 느낌이 있다하지만 전체적인 감성이나 이야기를 풀어가는 과정은 이제는 좀 촌스럽게 느껴질 정도다.


어느 날 갑자기 달이 지구를 향해 나선형 하강을 시작하고그로 인해 각종 문제들(주로 달의 인력 때문인 듯)이 발생하고웬만한 기업 회의실 정도밖에 안 되어 보이는 나사 기지에서는 별다른 대책을 내지 못하는데미국 국방부에서는 수많은 핵미사일을 날려 달을 폭파시키겠다는 한심한 계획만 내고(달이 없어지면 급속한 환경의 변화로 인류는 아마 얼마 가지 못해 멸망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 한 검증되지 않은 아마추어 천체관측자의 말을 따라 달로 향하는 로케트(그것도 박물관에나 있었던)를 타고 날아가는이게 최선인가요?






달이 초거대구조물이었다고?


영화의 가장 큰 상상력이라면 역시 달이 초거대구조물이라는 발상이다아마추어 천체관측가인 KC 하우스먼은 어느 날 달의 궤도가 정상범위를 벗어나고 있음을 깨닫고그것이 달이 엄청나게 큰 인공구조물일 가능성을 보여주는 거라고 해석한다당연히 그의 말은 나사 관계자에게 제대로 전달되지도 않고 잊힐 뻔하지만우여곡절 끝에 결국 나사에서도 달 궤도의 변경을 깨닫고 그의 주장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는 내용.


여기에 나노로봇 군체들로 그려지는 비인류 지성체가 등장하면서 달이 외계인이 만든 거대한 기지일 가능성을 보여주는데직접 로켓을 타고 달의 내부에 형성된 금속제 구조물들까지 보여주면서 이런 예측이 맞나 싶을 즈음이야기는 훨씬 더 복잡하게 꼬여간다알고 보니 달은 인류의 오래 전 조상들이 만든 인공구조물이었고그들은 자기들이 만든 AI가 자의식을 갖게 되면서 도리어 멸종되고 말았다는 것그 AI가 다시 지구의 인류를 멸망시키기 위해 달을 움직이고 있다는 건데.... ...


달이 알고 보니 지구 침략을 위한 비밀기지라는 설정은 우리나라엔 지난 2012년 개봉한 핀란드 영화 아이언 스카이에서도 볼 수 있었다이쪽은 히틀러가 전쟁에서 패하기 전에 달로 로켓을 쏘았고그 후손들이 나치적 삶을 달 기지에서 이어오고 있다는 설정의 블랙 코미디 영화였는데상황은 훨신 말이 안 되어 보이긴 해도 또 블랙 코미디만의 위트가 느껴져서 재미있게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이 영화는 그런 종류의 웃음마저 주지 않는다달 전체가 위장된 인공구조물이라는 설정은 애초부터 말이 안 되어 보였고그건 차라리 지구 전체에 추진기를 달아 통째로 멀리 옮기겠다는 내용의 중국영화 유랑지구류의 허풍과도 비슷해 보인다영화를 보는 내내 이걸 어떻게 봐야 하는 건지 보는 사람을 전전긍긍하게 만드는.




빈틈투성이.


억지로 억지로 이야기를 끌고 오긴 했는데그 사이사이의 설정이 빈틈투성이다많고 많은 사람 중에 왜 하필 주인공 세 명이 우주선에 타야 하는지도그 중 두 명이 하필 이혼한 전처와 전남편일 이유는 무엇이며그래도 그 두 사람은 우주인으로 활동해 본 경력이라도 있는데관련 훈련이 전혀 없었던 아마추어 천체관측가가 나머지 한 자리에 앉아 있는 이유는그가 새로운 가설을 제기해서어쩌면 인류의 마지막 희망이 될 수 있는 로켓 발사에 그런 모험을 하는 이유는 영화이기 때문일까?


그런데 그렇게 달에서 문제를 해결한 것도 정작 주인공들이라기 보다는 그들의 오래 전 조상들그러니까 AI의 반란을 초래해서 멸망했던 조상들이 남긴 프로그램이었다주인공 일행이 타고오다 완전히 망가진 우주선을 순식간에 수리할 수 있는 기술력까지 가지고 있었던(근데 왜 망했어..).


더구나 그렇게 달에서 벌어지는 일도 뭐 하나 제대로 되어가는 게 없는데위기감을 조성하려고 했던 건지 중간 중간 나오는 지구의 가족들 이야기는 또 얼마나 어설픈지주인공 커플이 이혼을 했다고 잔뜩 삐뚤어지기로 작정한 아들내미나그 아들내미와 지구가 멸망해 가는 와중에서도 썸을 실현하는 중국계 보모 여자애는 또 왜 나오는 건지(영화의 제작에 중국 자본이 합작 형태로 참여했다고 한다이게 원인은 아니었겠지?)


많은 재난영화가 그렇지만그냥 정신없이 인물들의 관계가 뻗어나가고 우연의 일치가 일어나고극단적으로 단순한 사람들이 잔뜩 등장하는 영화호감가는 인물이 별로 없다는 게 이 영화의 가장 큰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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