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소개 칼럼 뒤에는 그걸 쓰고 있는 작가의 지금 상황에 관한 글이 주절주절이어진다. 영화 촬영 현장에서 짬을 내 글을 쓰고 있기도 하고, 미국까지 넘어가서 편집과 후반작업을 하는 중이기도 하고, 영화가 완성되어 시사회가 시작되었지만, 정작 감독 자신은 또 다른 작품을 찍는 중이라 첫 상영을 지켜보지 못했다고 투덜거리기도 한다. 뭔가 소소하고, 평범한 생활인으로서의 영화 감독의 이야기를 살짝 엿보는 것 같아 재미있는 부분이었다.
다만 이 두 번째 부분의 편집을 왜 이 모양으로 했는지 모르겠다. 본문보다 글씨체도 훨씬 작고, 눈에도 잘 들어오지 않는 폰트를 사용했다. 뭔가 덜 정형적인 느낌을 주고 싶었나 보다 싶지만, 폼을 내더라도 책은 읽는 사람 눈이 편하게 하는 게 가장 기본이다. 내가 편집장이었다면 이런 편집은 무조건 반대했을 듯.
아무래도 연배가 나보다 높은 감독인지라, 익숙하지 않은 영화도 많다. 하지만 최신의 책이 늘 좋은 게 아니듯, 오래된 영화들 중에서도 고전처럼 좋은 영화들은 늘 있는 법이니까. 영화에 관심이 좀 있다면 즐겁게 볼 수 있을 만한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