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개혁이 한창일 당시, 개혁자들은 교회의 미술이 오용되는 모습에 대해 강한 거부반응을 보였다. 그리고 뭐든지 종교개혁 세력이 하는 것에 반대하는 것을 능사로 여겼던, 그래서 한때 “반(反) 종교개혁”(Counter Reformation)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했던 트리엔트 공의회의 결의는 가톨릭교회와 교황권의 절대성을 주장하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었다.
자연이 이런 분위기는 미술을 비롯한 다양한 예술 분야에도 영향을 끼쳤고, 이것이 당시 활동했던 유명한 화가들의 작품에도 반영되었다는 것이 이 책의 주된 논지다. 애초에 공의회는 사실적인 것과 성경과 전통에 부합하는 내용만 그릴 수 있다는 교시를 통해 미술에도 영향을 끼치려고 했다.
많은 예술가들도 하는 수 없이(당시 교회는 예술품의 주요 주문자들 중 하나였다) 이런 지시에 따른 작품들을 제작하지만, 예술가란 사람들이 누군가. 누가 그렇게 강하게 통제 드라이브를 걸려고 하면 더 멀리, 교묘하게 튀어나가는 사람들이 아니던가. 그들은 가톨릭교회의 엄격한 규정을 조금씩 벗어나면서도, 오히려 가톨릭교회의 뜻을 잘 반영하는 작품들을 만들어 내기 시작했다.
책에는 미켈란젤로를 비롯한 다양한 예술가들(티치아노, 틴토레토, 카라바조, 루벤스 등등)의 작품을 컬러 도판과 함께 해설되어 있다. 약간은 기괴할 정도로 역동적인 모습으로 인물을 그렸던 매너리즘 화풍이 어떻게 바로크 양식으로 넘어가는지, 저자의 설명과 함께 그림을 보고 있으면 눈에 확 들어온다. 좋은 설명이라는 뜻.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