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터와 미켈란젤로 - 종교개혁과 가톨릭개혁 신준형의 르네상스 미술사 2
신준형 지음 / 사회평론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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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흥미롭다. 루터는 종교개혁자이고, 미켈란젤로는 유명한 화가이다. 이 두 사람의 이름을 떡하니 붙여놓고 무엇을 말하려는 걸까? 책의 부제는 “종교개혁과 가톨릭개혁”이다. 이것까지 보면 이 책이 무슨 16세기 유럽의 종교나 신학적 문제를 다루는 책처럼 보이지만, 그러면 미켈란젤로가 등장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루터에 상응하는 가톨릭교회 측 인물이 나와야지.


실은 이 책은 종교개혁 시기의 유럽 미술에 관한 책이다. 저자는 서울대 고고미술사학과 교수이고. 다만 당시 유럽의 미술을 비록한 예술은 교회와 떼어 놓고 말할 수 없었다는 걸 안다면 저자의 의도도 어느 정도 이해가 된다. 저자는 당시의 예술을 종교적 상황과 관련지어서 설명하고자 했던 거다.




종교개혁이 한창일 당시, 개혁자들은 교회의 미술이 오용되는 모습에 대해 강한 거부반응을 보였다. 그리고 뭐든지 종교개혁 세력이 하는 것에 반대하는 것을 능사로 여겼던, 그래서 한때 “반(反) 종교개혁”(Counter Reformation)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했던 트리엔트 공의회의 결의는 가톨릭교회와 교황권의 절대성을 주장하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었다.


자연이 이런 분위기는 미술을 비롯한 다양한 예술 분야에도 영향을 끼쳤고, 이것이 당시 활동했던 유명한 화가들의 작품에도 반영되었다는 것이 이 책의 주된 논지다. 애초에 공의회는 사실적인 것과 성경과 전통에 부합하는 내용만 그릴 수 있다는 교시를 통해 미술에도 영향을 끼치려고 했다.


많은 예술가들도 하는 수 없이(당시 교회는 예술품의 주요 주문자들 중 하나였다) 이런 지시에 따른 작품들을 제작하지만, 예술가란 사람들이 누군가. 누가 그렇게 강하게 통제 드라이브를 걸려고 하면 더 멀리, 교묘하게 튀어나가는 사람들이 아니던가. 그들은 가톨릭교회의 엄격한 규정을 조금씩 벗어나면서도, 오히려 가톨릭교회의 뜻을 잘 반영하는 작품들을 만들어 내기 시작했다.


책에는 미켈란젤로를 비롯한 다양한 예술가들(티치아노, 틴토레토, 카라바조, 루벤스 등등)의 작품을 컬러 도판과 함께 해설되어 있다. 약간은 기괴할 정도로 역동적인 모습으로 인물을 그렸던 매너리즘 화풍이 어떻게 바로크 양식으로 넘어가는지, 저자의 설명과 함께 그림을 보고 있으면 눈에 확 들어온다. 좋은 설명이라는 뜻.




물론 이쪽이 워낙 아는 만큼 보이는 부분인지라 크게 흥미가 없을 수도 있지만, 이게 예술 작품인 동시에 성경 속 여러 인물들을 그린 종교화이기도 해서 그쪽의 관심사가 있다면 또 볼만한 포인트일 것 같다.


그리고 흥미로운 건, 결국 미술에 집중하고 있는 책이면서도, 당시 개신교회와 가톨릭교회 사이의 사상적 투장에 관해 꽤 자세하면서도 좋은 분석과 정리를 담고 있다는 점이다. 개인적으로는 (나처럼) 미술에 영 조예가 없더라도, 이 책의 1부만으로도 한번쯤 볼 만한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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