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가의 독서법 - 분열과 고립의 시대의 책읽기
미치코 가쿠타니 지음, 김영선 옮김 / 돌베개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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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평 부문 퓰리처상을 받고, 뉴욕타임스에서 30년 넘게 서평란을 담당했던 저자가 쓴 서평들을 모은 책이다. 저자인 미치코 가쿠타니라는 이름은 잘 몰라도, 이 정도의 이력을 보면 충분히 이 책이 읽어볼 만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까. 물론 책읽기를 좋아하는 사람 한정.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저자는 일본계 미국인이다. 조부모대에 미국으로 건너와서(생각해 보면 당시는 일본인들에 대한 경계가 굉장히 심했을 듯) “영어권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서평가”로 불리기까지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해왔을까. 그리고 그 노력의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건 역시 책 읽기였다.



이 책에는 그런 저자가 읽었던 책들 중 소개하고 싶은 것들이 모두 아흔아홉 개의 항목으로 구성되어 있다. 몇몇 글들은 한 권 이상의 책을 소개하고 있으니, 실제로 등장하는 건 100권이 훨씬 넘는다. 서양의 고전부터 우리 시대의 글들까지, 소설과 시, 논픽션과 연설 등 다양한 장르의 글이 소개되고 있다.


이 많은 책들 중에 직접 읽어본 책이 얼마 되지 않는다는 사실에 살짝 부끄러워진다. 하지만 세상에 책이 얼마나 많은데 그 중 못 읽어본 책이 있다고 해서 너무 좌절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오히려 그 많은 책들 중에 이런 저자와 내가 겹치는 책들이 몇 권 있다는 데서 (독서에 대한) 의지를 북돋아야 할지도 모르겠다(그렇다 독서가들은 모든 부분에서 책을 읽어야 할 이유를 찾는 사람이다. 술꾼들이 온갖 이유로 술을 마시는 것처럼).


저자가 뉴욕타임스에서 서평가로 활동을 했던 마지막 시기는 2017년이었다. 이 해는 오바마 대통령의 퇴임을 한 해였고, 저자는 그와 마지막 인터뷰를 진행했다. 오바마가 가고 트럼프가 들어선 미국은 분명 세계에 주는 메시지가 있었고, 책 전체에 (특히 역사나 논픽션에 관한 서평에는) 이런 우려가 잔뜩 묻어나온다. 문제는 트럼프는 재선에 실패했지만, 세계 곳곳에 이런 작은 트럼프들이 우후죽순 돋아났다는 것이고, 이런 상황은 쉽게 나아지지 않을 것 같기도 하다.





각각의 항목들이 A4 한 페이지 정도(책으로는 서너 페이지 안팎)로 짧게 쓰여서 읽는데도 그리 부담이 없다. 물론 방대한 (이 책의 경우 주로 미국의) 역사와 문학사, 정치와 철학에 대한 선지식이 어느 정도 있어야 여기에 소개된 내용들은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걸 굳이 겁낼 필요는 없는 게, 그런 걸 알아보자고 책을 읽는 것이 아니겠는가. 또, 그런 것들을 알아가는 데 즐거운 거고.


이 정도의 책을 가지고 좀 더 넓은 독서로 나아가는 시작점으로 삼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여기 소개된 책들 중 몇 권을 따로 챙겨뒀다. 당장 지금 눈에 들어오는 것들은 한 열 권 남짓. 또 나중에 보면 다른 책들이 눈에 들어올 지도 모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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