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거의 70억 명에 달하는 전 세계 인구들은 약 6천 가지의 언어를 사용하는데, 그 중 현재 사용되고 있는 문자는 채 100개가 되지 않는다고 한다(그 절반쯤 된다고 한다). 그래도 적지 않은 수이다 보니 우리가 평소에 접하기 힘든 문자들도 많다. 이 책은 그런 세계의 여러 문자를 소개하는 내용이다.
이렇게 보면 굉장히 어렵고 딱딱한 책일 것 같지만, 막상 읽어 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 오히려 너무 가벼운 느낌마저 줄 정도. 그건 저자가 책에서 문자를 소개하는 방식에서 바로 알 수 있는데, 이 책에서 저자가 주로 관심을 보이는 부분은 글자의 “모양”이다. 어떤 문자에 직선이 많은지, 곡선이 많은지, 특징적인 가로선이 있는 인도 쪽 문자들이나 마치 무슨 그림 같은 마야 문자 등등. 거의 모든 항목을 그 문자가 가진 모양에서 받는 인상을 풀어내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런데 그 모양에 대한 설명이라는 것도 무슨 학술적인 근거가 있고 그런 게 아니라, 정말 말 그대로 저자의 개인적인 느낌과 감상뿐이다. 예를 들면 왠지 날카롭게 생긴 티베트문자는 뾰족뾰족해서 위험하다거나, 캄보디아에서 사용하는 크메르문자의 모양이 왠지 빨래를 널어놓은 것 같다는 식.
아, 방금 이 책의 또 하나의 특징을 설명했는데, 저자가 말 그대로 유머에 대한 강박증이라도 있었는지, 모든 항목에 이런 식의 아재 개그를 넣고 있다는 점이다. 아재요, 유머 그렇게 쓰는 거 아니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