씁쓸한 뒷맛.
물론 부모와 자식의 관계란 좀처럼 끊기 어려운 일이다. 빌은 딸의 무고를 밝히기 위해 돌아다니던 중 도움을 받게 된 버지니와 그녀의 딸인 마야와 가까워지면서, 나중에는 그 집에서 함께 살기 시작한다. 처음엔 단순한 룸메이트였지만 나중엔 동거하는 사이로 바뀌기까지 하고.
그런데 이 버지니 캐릭터도 또 비호감이다.(이 영화에 등장하는 여성은 마야만 제외하고 다들 이렇다) 처음엔 빌과 함께 그의 딸이 얽힌 사건의 증인을 찾는 과정에서 만난 한 증인과 대화를 하는 장면에서, 그가 아랍계에 대한 차별적인 말을 하자 혼자 흥분해서 (통역도 중단 한 채) 뛰쳐나온다. 그러면서 저런 인종차별주의자와는 대화도 할 수 없다고 선언하면서.
나중에 그녀가 빌과 헤어진 결정적인 이유도 빌이 딸인 마야에게 거짓말을 하도록 시켰다는 이유에서다.(심지어 직전에 빌은 딸 사건의 용의자를 임의로 납치해 감금하고 있었는데, 이건 언급하지도 않는다) 물론 딸의 교육을 위해서라고도 할 수 있지만, 하룻밤의 잠자리를 하고 아이까지 낳았던 그녀가 거짓말을 그렇게 문제 삼는 독특한 윤리관을 갖고 있는 게 쉽게 이해는 안 간다.
그렇게 조금은 평범한 작은 행복이 깨져버린 빌은, 딸이 지목한 용의자로부터 충격적인 이야기를 듣는다. 실은 딸이 자신의 동겨녀를 집에서 내쫓아 달라고 자신에게 요청했다는 것. 그러니까 딸도 결백한 게 아니었던 것. 물론 자신은 죽일 줄은 몰랐다지만. 하지만 빌은 자신이 얻은 용의자의 머리카락을 전직 경찰에게 (돈과 함께) 제공함으로써, 딸의 이른 석방을 이끌어 낸다.
어디 하나 시원하게 문제를 해결하는 영웅의 모습은 등장하지 않는다. 그저 현실의 문제에 눌려있는 주인공 빌과 그를 이해하지 못하는 주변의 여자들, 심지어 범죄까지도 묻고 넘어가려는 삐뚤어진 자식 사랑의 모습만 보인다. 시종일관 조용하게 진행되는 영화의 결말 부분은 그래서 약간은 허탈하고 씁쓸하다. 이렇게 가도 되는 걸까, 저 부녀는 과연 앞으로 관계를 회복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