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해진.
영화의 주인공은 류준열과 유해진인데, 개인적으로는 인조 역의 유해진의 연기가 인상적이었다. 그동안 어딘가 조금 나사가 헐거운 개그 캐릭터로 나오는 영화나 편한 옆집 아저씨 같은 예능의 모습만 보다가, 간만에 이렇게 진지한 역할로 나오는 게 조금 새롭게 보였달까.
앞서 잠시 설명했듯, 당시 인조의 상황은 매우 불안정했다. 반정으로 왕위에 오른 왕들이 대개 그렇듯 공신들의 등쌀에 눌려 지냈고, 전쟁에서 패하면서 엄청난 피해까지 입었으니 백성들로부터 존경을 받기도 어려웠다. 영화 속 인조는 심한 불안과 일종의 편집증을 갖고 있는 모습이었는데, 유해진은 약간은 미쳐있는 이 캐릭터를 썩 괜찮게 묘사했다.
다만 대사처리는 좀 아쉬웠는데, 너무 뭉개져서 무슨 말인지 잘 안 들리는 부분도 보인다. 시종 그가 어딘가 아픈 모습으로 등장했기에 너무 또렷한 발음을 사용하기 어렵기도 했겠다 이해는 가지만.
영화 말미에 묘사된 것처럼, 실제로 인조는 소현세자가 죽은 지 4년 만에 세상을 떠난다. 흥미롭게도 그 역사 공식적으로는 병사로 기록되었다는 점인데, 영화는 여기에 한 발 더 나아가 그의 마지막을 천경수가 마무리한다는 설정을 넣는다. 영화적으로는 꽤 시원한 장면이지만, 또 인조가 그렇게 실제로 악랄했나 하는 질문을 해 보면....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