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강박증의 소녀
Grace Kim / 페스트북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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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장히 오랜만에 전자책으로 읽어봤다.(직전에 봤던 전자책이 1년은 훨씬 전이었던 것 같다.) 요샌 편하게 전자도서관을 이용할 수도 있고 해서, 전자책을 구입할까 하는 생각이 가끔 들기도 하지만, 여전히 나는 책장을 넘기면서 볼 수 있는 물성을 지닌 책이 좀 더 익숙하다.(물론 언제 전자책 충동구매를 할지 모른다. 아, 선물은 환영이다.)


사실 전자책으로 읽을 만한 책과 종이책이 더 나은 책은 어느 정도 구분이 되는 것 같다. 편하게 훅훅 넘겨도 상관 없는 책은 전자책이라도 크게 문제가 없지만, 한 자 한 자 새겨야 하거나, 작가나 저자의 고민이 깊게 담겨 있거나 한 책은 종이책 쪽이 좀 더 읽기에 적합하다. 아쉽게도 전자책으로만 나온 이 책은 후자 쪽에 속한다.





책은 보통의 생활을 하기 어려울 정도로 심한 강박증을 앓고 있는 작가의 에세이다. 학창시절부터 그 증상이 시작되었던 작가는, 졸업 후 영어교사 일을 시작하면서 증상이 크게 악화되는 경험을 한다. 이제 갓 사회생활을 시작한 젊은이에게 그 충격은 몇 배로 크게 다가오지 않았을까 싶다.


사실 강박증의 증상과 원인은 너무나 다양하다. 그 중에서도 작가는 자기 내부의 목소리가 자기 자신을 끊임없이 비난하고 공격하는(책 속에서 작가는 이를 ‘참소’라고 부른다) 부분이 가장 크게 괴로웠던 것 같다. 다행이 그런 작가를 이해해주는 든든한 남편을 만나 결혼도 하고, 약물과 상담 치료도 꾸준히 받았던 것 같지만, 작가가 생각하기에 가장 중요한 증상 호전의 원인은 하나님을 만난 것이었다.


비로소 작가는 자신을 고발하는 목소리의 근원에 죄가 얽혀 있음을 깨닫게 되었고, 자신이 죄인임을 인식하고 하나님께 도움을 요청했다. 이렇게 단순하게 서술하긴 했지만 그 과정에 떠올랐을 수천 겹의 자기를 고발하는 목소리의 무게를 이겨내는 일이 쉽지만은 않았으리라.


사실 책이 쉽게 읽히지는 않는다. 우선은 작가가 적고 있는 일들의 무게감이 결코 가볍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고, 좀 더 큰 이유는 책에 담긴 글의 얼개가 생각만큼 탄탄하지 않아서다. 시간적 순서에 따라 자신의 증상의 악화와 호전 경과를 설명하는 게 아니라(처음과 마지막 일부 그런 부분이 있긴 하다), 중간에는 그냥 의식의 흐름을 따라 주제들을 배열하고 있는데다가 그 내용 또한 반복적이고 비슷비슷(대부분 신앙적 고백이다)하다.(어쩌면 이 또한 강박증의 특징일 지도 모르겠다.)



작가의 싸움이 아직 다 끝난 것 같지는 않다. 사실 이런 종류의 질병에 끝이라는 게 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작가의 주변에는 지지가 될 만한 가족들이 있고, 무엇보다 조금은 느리지만 더듬더듬 신앙의 빛을 향해 가고 있으니 조금은 좋은 쪽으로 기대를 해 봐도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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