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인간화된 너구리 “로켓”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아마도 천재적인 두뇌를 가지고 있는 걸로 보이는 로켓은 실은 새로운 생명체를 창조하기 위한 “하이 에볼루셔너리”라는 존재가 동물실험 중에 탄생한 것이었고, 그는 자신의 작업을 더 완전하게 진행하기 위해 로켓의 두뇌가 필요했던 것.
영화 속에는 회상신으로 과거 로켓이 받았던 실험과, 그 실험실 속 로켓의 친구들 이야기를 조금은 슬프게 그려낸다. 인간화되긴 했지만, 신체의 일부가 기계장치로 대체된 토끼와 바다사자, 그리고 (아마) 수달들은 창살로 막힌 좁은 공간에서 새로 들어온 로켓을 친구로 받아들여 신나는 시간을 보낸다. 곧 하이 에볼루셔너리가 만들어 낼 새로운 세상에 갈 수 있을 거라는 꿈을 갖고. 그러나 하이 에볼루셔너리에게 자신의 친구들은 그저 실험 중 만들어진 불량품에 불과하다는 걸 안 로켓은 친구들과 함께 탈출을 시도하지만 사고로 모든 친구들을 잃고 만다.
조금은 극단적으로 묘사되긴 했지만, 사실 영화 속 이야기만은 아니라는 걸 쉽게 알 수 있었던 소재다. 여전히 수많은 동물들이 인간들의 실험에 의해 고통을 받다가 결국 소각처리가 되고 만다는 불편한 진실. 물론 의약품 개발 같은 일에는 어쩔 수 없는 면이 있다고 봐줄 수도 있지만, 단지 화장품 같은 미용목적으로도 동물들이 희생되는 건 좀 염치가 없어 보인다.
영화를 보며 C. S. 루이스의 우주 3부작 중 마지막 책인 『그 가공할 힘』이라는 작품이 떠올랐다. 작중 NICE라는 연구소에서는 인류의 최종적인 진화상태를 앞당기기 위해 동물(과 나중에는 인간) 실험을 자행하는 집단이 등장한다. 루이스는 결국 그들이 인간이 아닌 존재로 전락해버렸다고 그린다.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가 아니라, 단순히 자신의 허영심을 만족시키기 위해 생명을 함부로 다루는 일은 가장 비열한 범죄 중 하나다.
가디언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