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아이유~


솔직히 이 영화를 선택한 이유의 팔할은 아이유 때문이었다. 인정한다. 아이유가 예쁘고 밝게, 그리고 연기가 영 못 봐줄 정도만 아니라면 충분히 이런 영화를 얼마든지 봐줄 수 있다. 그리고 영화는 그런 쪽의 기대를 충분히 만족시켜 준다.


첫 등장부터 털털 발랄한 모습으로 나온 아이유는 시종일관 그 텐션을 유지하면서 영화 끝까지 활약한다. 생계형 PD 소민 역으로 어떻게든 이번 프로젝트를 성공시켜야 했던 상황에서, 상대를 어르고 달래고, 때로는 귀여운 억지까지 부리면서.


상대역인 박서준과의 티격태격도 재미있고, 그렇다고 둘 사이에 어설픈 로맨스가 만들어지는 것도 아닌, 각자 결국 원하는 것을 얻고, 꿈을 향해 조금 더 나아가게 되었다는 내용도 나쁘지 않다. 뭐 다 아니라도 그냥 아이유가 예쁘게 나왔다면 개인적으로는 나쁘지 않았지만.





홈리스 월드컵.


영화는 홈리스들을 위한 국제축구경기를 배경으로 한다. 실제로 이런 대회가 존재하고, 영화 초반에도 이게 실제 대회를 배경으로 제작되었다는 멘트가 나온다. 물론 등장하는 인물의 캐릭터나 사건은 전적으로 창작이라는 말이 덧붙여지지만.


홈리스들의 자활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잡지 “빅 이슈”도 마찬가지로 실제로 존재한다. 영화 속 그림처럼 주요 지하철 역사 입구에서 빨간색 조끼를 입고 판매하는 판매원에게 몇 번인가 구입한 적도 있다. 다만 내가 사는 곳 근처에선 팔지 않아서, 무슨 일이 있어서 만날 때만 구입할 수 있었다. 내용은 뭐 특별한 건 없고, 표지모델로 연예인들 화보가 들어있는데 재능기부 형식으로 참여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주거가 불안정하다는 건 한 사람의 삶에 있어서 굉장한 위기를 초래한다. 돌아갈 곳이 없다는 건 나머지 시간을 불안하게 만들고, 그래서 다른 무엇을 하기 어렵게 만들기까지 한다. 홈리스들을 없애기 위한 다양한 정책들이 좀처럼 효과를 보지 못하는 것도, 그들 안에 있는 이런 근본적인 불안과 무력감을 해결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런 홈리스들에게 축구경기가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생각할 지도 모르겠지만, 영화 속에서 묘사되는 것처럼, 그건 홈리스들에게 뭔가를 할 수 있다는 성취감과 목표의식을 줌으로써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정말 그들에게 필요했던 건 그들 역시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존중받아야 하는 일원이라는 걸 상기할 수 있는 기회였을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짜임새가...


배우도 좋고, 의미도 있다. 다만 영화의 전체적인 짜임새는 상당히 헐겁다. 뭘 말하고 그리려는 지는 확실히 알겠다. 하지만 인물들 사이의 관계가 긴밀하지 못하고, 그저 훈련과 경기에 참여하는 여러 캐릭터들이 나열되기만 한 느낌이다. 주인인 아이유와 박서준에게 꽤나 집중되어서 나머지 인물들은 완전히 주변으로 밀려난 것 같기도 하고.


여기에 다양한 종류의 신파코드가 지나치게 많이 들어갔다는 점도 지적될 만한 부분 같다. 물론 홈리스라는 거의 사회의 밑바닥까지 떨어진 캐릭터들인지라, 거기에 이르기까지의 구구절절한 사연이 있겠다는 점은 수긍이 가지만, 이렇게까지 그걸 늘어놓으면 아무리 좋아하는 사람도 좀 부담스럽다.


또, 영화 중후반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축구경기 장면에서도, 스포츠 특유의 역동성과 긴박감을 잘 그려낸 것 같지도 않다. 이야기로 풀려나와야 할 부분은 그저 캐스터의 중계 멘트로 다 때운 느낌이고, 실제로도 전문적인 선수들이 아닌 이상 무슨 멋진 드라마가 나오지는 않았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뭔가 이야기가 될 만한 것을 만들지 못할 건 아니지 않던가.(예능프로그램인 “골때녀”를 보라)


결론은... 영화의 짜임새, 이야기 자체의 매력은 별로, 하지만 실제 사건에 대한 환기라면 의미가 있고, 팬심으로 보기엔 나쁘지 않았던 영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